매일신문

朴-추격 李-수성 孫-대망

연말 3색대결 '점입가경'

한나라당 대권주자 '빅3'의 대권행보가 연말을 맞아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신년 초 각 언론사별로 대권주자 지지도가 발표되고 그 결과가 당내 경선구도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만큼 최대한 '뛰고', '말하고', '보여주면서'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견인해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북핵 사태 이후 지지율 부동의 1위를 지켜 온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은 선두 고수를 위해 만일에 있을 지도 모를 네거티브 공세를 방어하는 수성(守城)에, 북핵 사태 이후 이 전 시장과의 격차가 벌어졌던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는 전과는 사뭇 다른 적극성으로 추격에 각각 전력투구하고 있다.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는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대안 세력으로 부상할 '때'를 기다리는 '대망(待望)'의 모양새이다.

◇박근혜 "게 섯거라" = 전에 없이 발길이 분주하다. 시민단체 창립식 참석, 지역대학 특강, 시장 방문, 동문회 참석 등 정기국회 기간 미룬 대권행보를 몰아서 소화하는 듯한 모양새다.

일정만 바빠진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동이나 발언의 수위가 그 전과는 온도차를 확실히 느낄 정도로 적극적이고 강해졌다.

가장 대표적 예는 지난 5일 포항과 대구 방문에서 파격적으로 선보인 언행을 꼽을 수 있다. 이 전 시장의 고향인 포항으로 날아간 박 전 대표는 죽도 어시장에서 빨간 장화, 비닐 앞치마, 비닐 장갑 등으로 영락없는 '시장 상인'으로 깜짝 변신한 뒤 "대게 사세요.."를 연방 외쳐대며 서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했다.

평소 이런 행동을 '정치 이벤트'라며 꺼렸던 박 전 대표로서는 파격을 마다하지 않은 셈이었다.

같은 날 대구 계명대 특강에서는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아직 검증은 시작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이 전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하는 듯한 말도 했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허태열(許泰烈) 전 사무총장이 매주 화, 금요일에 열리는 캠프 전략회의에 최근부터 본격 참석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무부, 청와대, 자치단체장 등을 역임하면서 기획력을 쌓은 허 전 총장이 캠프 업무에 본격 참여하면서 전략적인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 전 대표측 관계자는 "박 전 대표 특유의 '철인 일정'을 진행하면서 여론의 꿈틀거림과 지지자들의 적극적 반응을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인스닷컴이 미디어다음.리서치앤리서치와 공동으로 지난 6일 전국 성인남녀 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오차한계 95% 신뢰수준에 +3.7%p)에 따르면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는 이명박 28.5%, 박근혜 23.4%로 격차가 한 자릿수인 5.1%포인트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역전은 없다" =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큰 격차로 지지율 수위를 지켜 온 이명박(李明博) 전 시장측은 비교적 느긋한 입장에서 '수성' 전략에 골몰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문화과학도시, 서민층 1가구 1주택 공급 등 정책 측면에서도 대권 예비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체 판단하에 내년 초까지만 이런 페이스를 유지하면 이른바 '대세론'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분위기다.

최근 경쟁자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고 갖가지 비방전도 난무하고 있지만 외견상 직접 대응하지 않으면서 상대측의 허를 찌르는 역공을 구사하는 것도 이런 자신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와 손 전 지사의 최근 잇단 공격성 발언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 전 시장이 한결같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힘을 모아야 한다. 서로 흠집내서 되겠느냐"고 말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최근 기침 감기로 사흘간 외부 강연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일시 '재충전'을 취한 직후 몇몇 기자들과 만나서는 "내가 쉬는 동안에 다른 주자들은 바빴더라고..."라며 짐짓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부 인터넷매체의 허위 과장보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고 각종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캠프차원의 가상훈련도 실시하는 등 본선에서 예상되는 매터도(흑색선전)에도 적극 대비하고 있다.

한 측근은 "내달초 신년 여론조사에서 지금과 같은 지지율 격차가 유지된다면 사실상 당내 경선판도는 굳어진다고 봐야 한다"며 "지난 2002년 의외의 대선 결과에 대한 국민의 후회가 크기 때문에 차기 대선은 현재 분위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안은 나"= 손 전 지사는 '100일 민심대장정' 이후에도 지지도가 계속 한 자릿수 대에 머물고 있지만 전혀 개의치 않고 흔들림 없는 민생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각종 강연에서는 "본선 경쟁력은 내가 최고", "내 역할은 새 한나라당 건설" 등의 자신감에 찬 발언을 빼놓지 않는다. 때가 되면 대역전을 거머쥘 기회가 올 것이란 얘기다.

이 전 시장, 박 전 대표와의 지지율 격차가 현격한데도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결국 당이 정권 탈환을 위한 '대안'으로 자신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이 있어서라는게 손 전 지사측 설명이다.

대안론의 핵심은 손학규야말로 '군사정권'을 모태로 영남과 기득권층의 지지 속에 명맥을 이어온 한나라당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즉,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와 같이 내년 대선에서도 여권이 '부패보수, 영남당, 기득권' 이미지를 주된 공격포인트로 삼을 게 뻔한 상황에서 그 같은 공세를 차단할 적임자는 자신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과거 '박정희(朴正熙) 정권'에 맞서 반독재 투쟁을 한 개혁성, 비(非) 영남 출신, 교수와 장관, 도지사 등을 지내며 쌓아온 전문가 이미지, '클린 이미지'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최근 청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국제적 시야를 갖고 과거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포용할 구체적 행적과 실적이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전 지사 측은 또 '이-박'이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면서 서로 흠집을 낼 경우 당내에서 "또 질 수는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손 전 지사를 대안으로 선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