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산하] ①청송 주산지

300년 세월을 그랬다

한번도 깊은 속내를 드러낸 적이 없었다.

물 위를 노닐던 원앙과

못가에서 목을 축이던 뿔나비의 군무,

왕버들에 둥지를 틀고 살던 솔부엉이조차

떠나고 없는 초겨울,

주왕산 남서쪽 끝자락

주산지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제, 가슴으로 눈을 맞으며

대지의 바람에 귀 기울일 터이다.

시린 무릎을 얼음 속에 담그고

설한풍으로 무늬 하나 또 새길 터이다.

하루는 짧고 겨울은 긴

외로워서 아름다운 주산지여!

왕버들 거친 각질 속에

따뜻한 그리움 하나 묻어 놓고

봄 여름 가을 지나 겨울

달마가 주산지로 온 까닭을 알겠다.

글: 조향래(문화부장)

그림: 한춘봉(한국화가)-한지에 수묵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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