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주노동자를 위한 '색소폰의 밤'…환호·박수 쏟아져

10일 오후 중구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2층 강당. 이종영(74) 전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의 '대머리 총각' 색소폰 독주가 끝나자 객석에선 환호성과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뜻 깊은 행사를 준비하자.'는 이 교수의 제안으로 열린 이날 '색소폰의 밤' 공연은 색소폰 연주자들의 자원봉사 연주로 진행됐고, 객석을 가득 메운 이주노동자 등 100여 명의 관객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행사를 주관한 임종필(39)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관장도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기꺼이 독창 무대에 올랐다. '내가 만일'을 부른 임 관장의 노래가 끝나자 객석 곳곳에서 휘파람과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1시간 30분 동안 열린 이날 공연은 출연진 전체의 '성인의 행진' 합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한국에 온 지 11년째인 필리핀 출신의 이주노동자 펄리(33·여) 씨는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다."며 "TV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흥미롭고 재미있었다."고 했다. 산업연수생인 리처드(33) 씨도 "특별 공연이었던 해금 연주가 가장 신기했다."며 "한국 악기의 소리에 반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공연을 총괄했던 이재호(38) 대구 색소폰 5중주단 지휘자는 "뜻 깊은 공연에 참여할 수 있어 오히려 행운이었다."며 "이주노동자들에게 위안이 되는 공연이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종영 교수도 "10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설픈 색소폰 솜씨로 공연에 나섰지만 다행히 이주노동자들에게 힘이 된거 같아 기쁘다."며 "앞으로도 이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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