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대덕을 '연구개발특구'로 육성하는 특별법이 공포됐다. 대구와 포항, 광주도 연구개발특구로 지정받으려 시도했으나 무산됐다. 형편이 여의치 않으니 '공부 잘 하는 장남부터 우선 대학에 보내놓고 다른 자식은 다음에 보자.'는 식의 논리에 밀린 결과다. 그후 2년이 흐른 지금 대덕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을 마침 경북 상주 출신인 박인철(朴寅哲·57) 전 기획예산처 정책홍보관리관이 맡고 있어 만났다. 경북중과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를 졸업한 뒤 행시로 공직에 입문,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에서 30년간 일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공모로 이사장이 된 그는 "일이 좋아 공모에 응했다."고 말했다. 대덕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봤다는 것. 눈은 투지로 불탓고, 가슴에서는 열정이 묻어났다.
도대체 대덕이 어떻길래 그럴까? 박 이사장은 "대덕은 대전의 대덕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대덕"이라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대덕이 제공하고 있고 20년, 30년 후 한국 국민의 먹거리도 대덕이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지금 먹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은 대덕이 없었다면 IT 강국, 반도체 강국이 없었을 것이란 뜻이고 앞으로 먹거리 해결한다는 것은 IT·BT·NT 등이 융복합된 기술이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란 얘기다.
과연 그럴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CDMA(Code Devision Multiple Access) 상용화에 성공하고 D-Ram 반도체를 개발했다. 최근 각광받는 와이브로(WiBro)와 디엠비(DMB) 기술도 ETRI가 개발했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한국형 원전을 개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우리별 1, 2, 3호를 개발했다. 뿐만아니라 국가보안기술연구소를 비롯, 기계연구원, 한의학연구원 등 정부 출연기관만 21개가 대덕에 있다. 건자재시험연구원과 수자원연구소 등 정부 투자기관이 10개 입주해 있고 문화재연구소, 중앙과학관 등 공공기관이 12개다.
이처럼 연구기능을 집적시키니 기업들은 경쟁적으로 연구소를 짓고 있다. 삼성은 정밀화학제품개발연구소와 종합기술원, LG는 생명과학기술연구원, 화학기술연구원을 운영하는 등 쟁쟁한 기업부설연구소가 40개나 된다. 박 이사장은 "최근 연구소가 1개 늘어 모두 70개가 됐다."고 전했다.
대덕은 10년내 세계 초일류 혁신클러스터가 된다는 비전을 세웠다. 2015년이면 648개인 기업이 5배인 3천개로, 2개인 외국연구기관이 10배인 20개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해외특허등록이 지금의 1천700여 건에서 1만 6천여 건으로 10배 늘고, 매출액은 3조 4천 억 원에서 30조 원으로 9배 늘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역할은 대덕이 이러한 꿈을 이루도록 뒷받침을 하는 것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 30년간 30조 원의 투자가 이뤄져 연구개발(R&D) 능력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만큼 됐다."며 "벤처 기업이 손쉽게 창업하고 성장하도록 여건을 만드는 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R&D 결과물을 사업화하는 것이 앞으로 할 일"이라 했다. 박 이사장은 이를 위해 올 초 '대덕특구펀드'를 1천억 원 조성했다. 보통 벤처캐피탈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반 캐피탈은 3년 쓰고 나면 갚아야 합니다. 벤처 설립후 3년~5년을 죽음의 계곡이라고 부르는데 계곡에 도달하자마자 돈을 갚아야 하는 셈이죠. 대덕특구펀드는 돈을 빌려주는 기간이 최소 7년이고, 10년과 그 이상도 있어요. 또 이 펀드는 성공해 장사가 될만하면 돈을 대주는 벤처 캐피탈과 달리 기술력을 보고 초기에 투자하는 점도 다르지요."
박 이사장은 대덕의 세계화를 구상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중관촌 등 유수의 혁신클러스터와 경쟁하는 5위권 이내의 클러스터를 만들고, 이 모델을 개발도상국에 팔겠다는 것이다. 튀니지는 이미 대덕을 배우고 있다. 대통령 프로젝트로 10개 싸이언스파크를 만들고 있는데 대덕이 경험을 전수할 예정이다.
대구와 포항을 R&D 특구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박 이사장은 반대했다. "대덕은 30년간 투자해 연구개발 기능이 집적됐기에 특구지정이 가능했습니다. 대구와 포항이 대덕과 같은 종합적인 R&D특구가 되겠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포항의 소재산업 등 미니클러스트는 가능할거예요." 그는 "대구와 포항이 특구를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하느냐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대구·경북이 대덕의 연구개발 역량을 이용하는 전략을 짜는 것이 오히려 현명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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