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정건축물 특별조치법' 내실은 없다?

이모(53) 씨는 최근 주택의 옥탑방을 합법화할 수 있다는 소식에 구청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건축법 위반으로 적발되지 않았더라도 불법 건축물을 양성화하려면 이행강제금을 한 차례 내야 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언제 단속될까 늘 불안하지만 어려운 살림에 수백만 원의 과태료까지 물 수는 없다."며 "집을 팔 때 제값을 못 받더라도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허탈해 했다.

서민들이 무단으로 증축한 주거용 건축물을 양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특정건축물 양성화 제도'가 아무 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는 서민들이 물탱크실이나 계단실을 옥탑방으로 고쳐 쓰다가 적발돼 수백만 원의 이행 강제금을 물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도입됐지만 실제 양성화된 사례는 극히 드문 형편인 것.

건교부는 지난 2월 '특정 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을 내년 1월 8일까지 11개월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불법 건축물을 양성화해 서민 가계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2003년 12월 이전에 지어진 건물로 연면적 165㎡(50평) 이하인 단독주택과 연면적 330㎡(100평) 이하인 다가구주택, 세대당 전용면적 85㎡(25.7평) 이하인 다세대주택이 대상이다. 당초 건교부는 이 조치로 구제 혜택을 받는 대상 건축물 수가 전국적으로 1만 5천 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말 현재 대구 각 구·군에 접수, 처리된 양성화 건수는 8건에 지나지 않고 이 중 사용승인서는 5건에만 교부됐다. 이는 불법 건축물을 합법화하려면 체납됐던 이행강제금을 모두 내야하는데다 건축법 위반으로 적발되지 않았더라도 한 차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적발만 되지 않으면 재산권 행사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11월 말 현재 대구 8개 구·군이 부과한 이행강제금 부과 건수는 388건, 금액은 9억 9천300만 원이었다.

남구청 관계자는 "문의는 매일 1, 2건씩 들어오지만 재개발·재건축 바람을 타고 건축물 대장에 등록돼 있지 않은 무허가 건물도 양성화해달라는 요구가 대부분"이라며 "이행 강제금 부과 민원인들을 대상으로 양성화를 권유하고 있지만 체납분까지 다 내야 하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기준시가가 크게 오르면서 이행 강제금도 함께 올라 서민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며 "이번 한시법의 경우 주택에 한정돼 있어 상당수 영리 목적의 불법 증축 상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