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영일신항 배후단지의 현대중공업(이하 현중) 공장 유치에 더 이상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자(본지 7일자 1면 보도) 지난 2∼3년간 급등했던 흥해읍 등 포항 북구 일대 부동산 가격 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빚까지 얻어 '묻지마 투자'를 한 이들은 이자 부담이라도 줄이겠다며 매입가보다 훨씬 떨어진 가격에 매물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성사되는 거래는 거의 없고, 현지에서는 "땅값이 반토막 났다."는 말만 무성하다.
◆쏟아지는 매물
지난 해 봄 영일신항 배후단지 인근에 자연녹지 2천여 평을 매입한 김모(46·포항) 씨는 지난 8월 포항시가 현중 측의 추가투자 가능성에 본격 의문을 내비치자 이 땅을 매입가보다 평당 10만 원가량 떨어진 30만 원 선에 내놓았다. 당장 팔린다 하더라도 3억 원가량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김 씨는 그러나 쉽게 팔릴 것 같지도 않아 걱정만 더 쌓인다고 한숨지었다.
흥해읍 토박이 김모(57) 씨는 "배후단지로 투기열풍이 가장 심했던 곡강, 용한, 죽천, 이인리 등지의 토지 실제 소유주는 외지인이 더 많다는 게 정설인데 최근 이들 토지의 70%가 매물로 나왔다는 소문까지 있다."고 전했다. 또 "땅값은 현대중공업 이야기가 나오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도 했다.
실제 현지에서는 절대농지와 자연녹지 등 용도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호가가 평당 7만 원∼25만 원 정도로, 지난해 초에 비해 절반 내지 그 이하로 떨어졌다는 말이 많다. 또 이마저 거래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기성 투자자들 "어쩌나"
지난 2004년 이후 거래된 흥해읍 일대 토지 매입자는 울산과 부산·대구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사원주택 단지를 조성할 것"이라거나 "이미 부지물색이 끝났다."는 등의 뜬소문이 돌면서 주부 등 일반인들까지 빚을 내 '흥해에 땅 사러' 나서기도 했다.
덕분에 고가에 땅을 판 현지인들은 그동안 농·수협 등에 진 빚을 갚는 등 혜택을 보기도 했지만 대박을 노리고 빚내 무리한 투자를 한 이들은 골병만 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신항 배후단지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였고 얼마 뒤에는 북구 전역이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막차를 탄' 지경이 됐기 때문이다.
김모(46·흥해읍) 씨는 "처가 식구들이 집팔고 융자 얻는 등 얼마 안되는 돈을 합쳐 공동명의로 땅을 샀는데 투자이익은 커녕 원금 날리고 이자 부담까지 겹쳐 한꺼번에 망조들 판"이라고 했다.
◆포항시도 태산같은 걱정, 주택업계도 초비상=11일 오전 포항시청 한 간부는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했다. 포항시와 경북도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 공장유치와 관련, 검증 안된 무리한 정책 발표로 장밋빛 청사진만 내놓았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게 됐다.
시는 현대중공업을 대신할 다른 업체를 물색한다는 방침이지만 현 여건상 쉽지 않아 신항 배후단지 조성사업이 상당기간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론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아파트 등 주택업계도 후폭풍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올해에만 포항 북구에서 '현대중공업 후광'을 언급하며 분양한 아파트가 5천 가구가 넘고 내년에도 7천 가구가량이 '신항 배후단지'를 자처하며 분양을 예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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