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日식당 인증제

미국이나 유럽에 가본 사람들은 그곳 도시의 길목에서 예쁘장한 일본떡집들을 더러 보게 된다. 한 개 한 개를 고운 종이로 앙증맞게 포장한 일본떡은 맛이야 우리떡보다 나을 것도 없지만 서양사람들에게 일본적인 독특한 분위기와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일본떡집들에 이어 웰빙 열풍을 타고 일본 스시(壽司: 초밥)의 진출도 괄목할 만큼 늘고 있다.

○…미국 내 일식당 수가 1992년 3천51개에서 2006년에는 약 9천 개로 급증한 데서도 요즘 일본 스시식당의 인기도를 읽을 수 있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쌀밥에 식초와 소금 등으로 간한 뒤 각종 야채 등을 넣어 김으로 싼 노리마키(김초밥), 손으로 뭉친 밥 위에 도톰한 생선조각을 얹은 니기리즈시(생선초밥), 유부 주머니 안에 조미한 밥을 채워넣는 이나리즈시(유부초밥) 등은 서구인들도 즐겨먹는 별미다. 스시는 이제 일본을 상징하는 미각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 세계 2만 4천여 개의 일식당에 대해 일본 농림수산성이 내년부터 조리법, 맛, 위생상태를 평가해 일정 기준을 넘는 점포에 인증마크를 주겠다고 나섰다. 심사에서 합격한 식당에는 '진짜 일본요리' 마크를 부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여름, 음식 전문가들로 구성된 감찰반은 프랑스의 스시 식당 80곳을 방문, 3분의 1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조치는 세계적인 일식붐 속에 '유사 일식당'이 급증, 일본 고유 음식문화에 대한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 한 이유다. 이와 함께 일본 음식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보다 업그레이드시켜 또 하나의 강력한 '재팬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야심도 한몫 거들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엔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인 스시집 등을 의식한 일본의 자기 밥그릇 찾기라는 지적도 있다.

○…벌써부터 미국 언론과 스시 식당업자들은 "맛과 위생 등은 손님들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전 세계에 스시경찰을 파견하려 한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피자와 스파게티 등 이태리 음식이 전 세계에 퍼져 있고 각국 기호에 맞춰 조리되고 있어도 이탈리아가 인증제를 들고 나선 적은 없다. 느닷없는 일본정부의 일식당 인증제는 아무래도 무리수라는 생각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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