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이야기는 사람들 사이에 아무리 잘 알려진다고 해도 세월과 함께 살아간다. 의미도 그대로, 감동도 그대로다.
'산타클로스가 정말 있나요?'는 실제 스토리가 나온 지 110년이 흘렀어도 세월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아이들의 질문은 여전하고,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당황스러운 부모들의 고민도 되풀이되고 있으니 말이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에 가고, 집에 와서도 숙제를 하고, 정해진 책을 읽어야 하고, 그래서 어쩌면 예전보다 훨씬 똑똑해진 요즘 아이들. 보이지 않고 입증되지 않는 건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할지 모른다.
그런 아이들에게, 그런 부모들에게 이 책은 참으로 도움이 될 듯하다. 얼마 전 딸아이의 질문에 고민스러워 했던 기자 역시 이 책의 이야기를 인용할까, 아예 이 책을 딸아이에게 선물할까 하는 편안한 고민을 하고 있으니.
1897년 산타클로스의 존재에 대해 순진한 의문을 품었던 여덟 살의 버지니아. 딸의 질문에 답이 궁한 건 당시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신문사에 물어보라는 아버지의 대답에 버지니아는 뉴욕의 '선'지에 편지를 보냈다. 경험 많은 기자 프란시스 처치는 친절하게도 버지니아의 질문에 사설로 답했다.
'버지니아야, 산타클로스는 정말 있단다. 이 세상에 믿음과 착한 마음이 존재하는 것처럼 산타클로스는 분명히 있단다. 그리고 넌 잘 알고 있겠지? 그런 사랑과 착한 마음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더욱 더 소중하고 기쁘게 만들어 준다는 걸.'
산타의 존재를 부정하는 어른들조차도 공감하게 만든 이 사설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신문 사설 가운데 하나가 됐다. '선'지는 이후 폐간될 때까지 50여 년 동안 크리스마스 때마다 이 사설을 실었다. 산타야말로 크리스마스의 참된 의미를 사람들에게 깨우쳐 주는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였으리라.
하나 더 부러운 건 1971년 버지니아가 세상을 떠났을 때 '뉴욕 타임즈'가 '미국의 저널리즘에서 가장 유명한 사설을 쓰게끔 했던 그 옛날의 소녀'라며 애도하는 기사를 썼다는 사실. 넉넉한 마음, 감사하는 마음이 더 절실한 연말에 꼭 생각해볼 일이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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