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생생 자녀교육기)동기 부여로 자란 아이 ②

▶ 요것조것…경험을 늘려요

활자가 다 전하지 못하는 게 세상엔 분명 있기 마련이고, 그건 직접 몸을 사용해서 체득해야만 한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신체 또한 뇌와 분리된 게 아닌 이상 신체를 통해 받아들여지는 자극이나 습득이 뇌에 무관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말이다.

어떤 재능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건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란 생각이다. 다른 재산은 남들이 넘보고 탐할 수 있지만 내재된 재능을 어찌 도둑맞을 수 있단 말인가? 그건 보물을 내장칩으로 저장해 두는 것과 같다고 여긴 엄마로 인해 아이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 많은 것들 가운데에도 우선 순위가 있었는데 체능에 관련한 것은 남들이 할 때 가방지킴이는 되지 않을 정도록 같이 어울리게 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수영, 쇼트트랙, 발레, 탁구, 테니스, 스키 등을 접할 기회를 주었다. 다른 것들도 단기간의 레슨을 받았고, 수영과 쇼트트랙은 좀 오래 잡아서 극성스레 개인 레슨을 하기도 했었다.

운동 종목이 다양했음과는 달리 음악에 관해서는 10년 동안 꾸준히 해야 최소한 들어줄 만한 소리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바이올린과 피아노 두 악기를 영재학교 입학 전까지 레슨 받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국악기를 다룰 기회도 가져보길 원했지만 모든 것은 인연이 있는지 이상하게도 연이 비껴갔다.

가방 바꿔들고 뛰며 공부 관련한 학원을 다니던 아이의 엄마들에겐 입담거리였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내심 불안이 스치기도 했었다. 저런 데 시간 소모하고 공들여봤자 나중에 후회할 걸 하는 말들이 들리기도 했었다. 나는 세상 살면서 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가 안 하고 있는 것이란 걸 안다. 남들이 할 때 같이 하는 것보다 안 하고 있기가 더 어렵단 생각을 늘 했기 때문이다.

▶ 뜯어 뜯어…맞춰 맞춰

중학교에 다니던 아이가 특별활동으로 과학영재반 등에 들어갔노라고 말하면 솔직히 재미없었다. 이런저런 경험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데 왜 저리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걸 한다는 거야? 예술제를 두고 황소개구리 뼈를 맞추는 게 과제로 나왔다는데 남들 다 하는 건 시시하다며 재래시장에 나가서 닭 한 마리를 목이 붙은 채 구해온 딸. 닭고기를 먹지 못하는 엄마에겐 정말 치명적인 냄새를 풍겨내며 닭을 푹푹 고아서 살집을 다 뜯어내고 뼈만 추리는데 처음엔 저도 고기 욕심을 좀 내더니 좀 지나자 냄새에 질렸는지 고기를 포기하고 세제를 넣어 다시 삶는다. 그래야 뼈가 더 잘 분리된다나? 그렇게 추려진 뼈에 붙은 고기를 하나하나 긁어내는 작업을 거쳐 조각조각 맞춰나갔다. 뼈에 일일이 코팅을 하고 작업이 중단되면 냉동실에 보관했다 꺼내길 반복하며 결국 한 달여 만에 작업을 완성했다. 그 덕에 난 닭의 목이 그렇게 긴 것도 처음 알았다. 발에 있는 뼈 하나인가를 잃어버렸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 되었다. 선생님도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는데. 그렇게 과학과 살짝 인연을 맺는 듯 보였다.

▶ ♬밤비 내리는 영동♪…별 볼일 없음에도 물한계곡을 뚫고

대구남부교육청의 심화반 수업을 듣게 된 아이를 통해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동부, 남부, 서부 심화반에서 다시 교육과학연구원으로 몇 명을 뽑아 시 대표 선발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받도록 하였는데 아이가 거기에 뽑혔다. 그곳에서 만난 동부 심화반 출신의 학생과 대화를 하던 중 별 관측에 관한 이야기에서 뭔가 감응이 생겼는지 별관측 동아리에 가입을 하더니 물한계곡으로 떠나겠다는 아이!

게릴라성 호우가 내리고 있었다. 그 전에도 별자리 관측을 몇 차례 할 기회가 있었던 아이였는데 아마도 사람이 더 보고 싶어 가려고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결국 엄마만 물안개 오르는 물한계곡을 보는 것에 그쳤고, 이틀을 자고도 별을 보는 건 무산되었지만 영재학교에 들어가서 별관측 동아리에 들어가고, 천체물리에 관심을 보이며 미국의 여러 대학에 천체물리로 원서를 내어 합격한 것이 그와 전혀 무관한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 글을 쓴 김광숙 씨의 딸 김기연 양은 대구 이곡중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를 거쳐 올해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에 입학했습니다.

※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기 원고를 기다립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느낀 마음, 어려웠던 부분, 소중한 경험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전자우편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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