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007 크레이그 "안티 팬들과 대화할 생각 없다"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007 카지노 로얄'에서 새로운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대니얼 크레이그는 11일 "나의 캐스팅에 대한 안티 팬들이 있다는 걸 잘 안다"면서 "하지만 그들과 논쟁을 벌이거나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크레이그와 마틴 캠벨 감독, '본드걸' 카테리나 뮤리노 등 '007 카지노 로얄'의 주요 배우와 감독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영화의 한국 개봉을 앞두고 방한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메인 본드걸인 프랑스 여배우 에바 그린은 개인 촬영일정을 이유로 방한 대열에서 빠져 아쉬움을 남겼다.

크레이그는 "나의 캐스팅을 비난하는 안티 팬들이 인터넷 등에 올린 글들을 모두 읽어보기는 했지만 이내 무시했고 영화를 찍는 데만 집중했다"면서 "그들이 그런 비난을 한 것은 내가 싫어서는 아니었을 테지만 그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감독·배우들과의 일문일답.

--한국에 온 인상이 어떤가.

▲어제 뮤지컬 '명성황후'를 관람했는데, 매우 감동적이었다. 안무와 의상, 노래 모두 완벽했다.(카테리나 뮤리노)

나는 뮤지컬을 관람하지 않고 절을 방문했다. 기도가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대니얼 크레이그)

--처음 제임스 본드 역으로 캐스팅됐을 때 비판여론이 많았다는데.

▲맞다. 처음 캐스팅됐을 때 그런 비판이 많았다. 아마 기존 007 팬들이 제임스 본드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였을 것이다. 아마도 내가 싫어서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논쟁을 벌이고 싶지는 않았다. 인터넷 등에서 나를 비난하는 글들을 모두 읽어봤다. 그리고 무시하고 영화를 진행했다. 영화가 개봉된 뒤 그들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들과 대화해보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다.(크레이그)

--'카지노 로얄'은 어떤 점들이 이전 007 시리즈들과 차별화됐나.

▲무엇보다 이언 플레밍의 원작 소설에 최대한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책 내용을 읽어보면 매우 현실적이다. 그 때문에 본드의 캐릭터를 (이전 시리즈들보다) 훨씬 더 인간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했다.(마틴 캠벨 감독)

첫번째 시리즈이기 때문에 본드라는 인물의 캐릭터가 완전히 완성되기 이전이다. 본드걸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주기 위해 인간적이고 실수도 하는 약한 면이 있는 캐릭터란 걸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나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가 현실에 근접한 스토리를 만들려고 노력했다.(크레이그)

인간적인 본드 영화였다. 여주인공도 이전의 본드걸들보다 훨씬 인간적인 것 같다. 이전 시리즈의 본드걸들은 명석한 두뇌와 능력으로 본드와 경쟁을 하려는 측면이 강했는데 '카지노 로얄'의 본드걸은 본드와 경쟁을 하지 않는 현실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다.(뮤리노)

--007은 영국 입장에서 보면 유능한 첩보원이지만 제3세계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많은 인물이다.

▲(잠시 망설이다가) 좀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대한 질문인 것 같다. 본드는 어쨌든 실수를 저지르는 인물이다. 그런데 분명 알아야 할 것은 그는 살인이 직업인 사람이다. 자신이 먹고 살기 위해 살인을 한다. 본드 영화의 틀을 보면 나쁜 사람을 쫓아가고 잡는 그런 형태다. 물론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은 픽션이고 판타지다.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다.(크레이그)

--이전 시리즈의 본드 중 역할 모델이 있었는지.

▲이전 본드들과 비교는 안했다. 그리고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비교를 하는 것은 여러분들의 몫이다. 개인적으로 역대 007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숀 코너리다.(크레이그)

--한국 영화를 본 적이 있나. 이전 시리즈인 '어나더데이'에서 한국에 대해 왜곡해 묘사한 부분이 있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 영화 팬이다. 감독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올드 보이'와 '친절한 금자씨'(이상 박찬욱 감독)를 재미있게 봤다. '어나더데이'는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코멘트 못하겠다.(크레이그)

제목은 잘 모르겠지만 6·25를 주제로 한 한국 영화를 봤다. 두 형제간의 사랑이 감동적이었고 영화도 매우 완성도가 높았다(아마도 '태극기 휘날리며'를 지칭하는 듯).(캠벨)

나도 한국 영화를 매우 좋아한다. 지금 파리에 살고 있는데 그곳에서는 한국 영화를 비롯한 아시아권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이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의 영화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것 같다. 동양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들고 있다.(뮤리노)

--기존의 본드 팬들을 위해 설정한 장면들이 있나.

▲무엇보다 원작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으며 본드 팬들이 좋아하는 액션과 유머를 군데군데 삽입했다. 이와 동시에 새로운 것, 이들을 놀래킬 수 있는 것들을 삽입하기 위해 노력했다.(캠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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