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왕년의 스타 선동열 삼성 감독과 이만수 SK 수석코치, 김재박 LG 감독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였다.
11일 오후 2006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삼성동 컨벤션센터 오디토리움.
국보급 투수 명성을 얻었던 선동열 감독과 왕년의 홈런왕 이만수 수석코치, 사령탑 최고 대우로 LG 지휘봉을 잡게 된 김재박 감독은 시상식장 왼쪽 앞 좌석에서 차례로 앉았다. 이날 시상식에서 각 부문별 시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이만수 코치의 국내 복귀로 뜻깊은 만남의 자리가 이뤄졌지만 표정이 모두 밝지는 않았다.
이날 유격수 부문 시상자로 나선 김재박 감독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대만과 사회인 야구 선수가 주축인 일본에게 패하며 쑥스러운 동메달을 획득하는 '도하 굴욕'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시종 어두운 표정이었다.
행사장 앞 로비에서 참석자들끼리 오랜만에 만나 정겨운 대화를 나눴지만 김 감독은 도착한 뒤 별다른 말 없이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의 안내로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는 시상식 중간중간 웃음을 보이기도 했지만 굳은 얼굴을 펴지 못했다.
선수 시절 5차례나 유격수 황금 장갑을 꼈던 김 감독은 현대 시절 제자였던 박진만(삼성) 시상에 앞서 현역 때 선동열 감독과 대결을 묻는 질문에 "내가 많이 진 것 같다. 공이 워낙 빨라서 부담이 컸다"며 겸손해했다.
선동열 감독도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지난 해 초보 감독으로 취임해 한국시리즈 2연패 위업을 이뤘지만 올 해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 대만 챔피언 라뉴 베어스와 일본 재팬시리즈 우승팀 니혼햄 파이터스에 잇따라 패해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신화를 창조했던 한국 야구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김재박 감독과 동병상련의 처지였던 셈이다.
선동열 감독은 투수부문 시상자로 무대에 올라 김재박 감독이 LG의 사령탑으로 취임하면서 3년 내에 우승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질문을 받자 "특정 팀에 대해서 말하기는 힘들다. 내년에는 각 구단이 실력차가 거의 없기 때문에 부상이 없는 팀이 4강에 들것 같다"고 내다봤다.
반면 9년 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SK 코치진에 합류한 '헐크' 이만수 수석코치의 얼굴에서는 인심좋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 코치는 부인 이신화씨의 손을 다정하게 잡고 행사장에 나타낸 뒤 로비에서 "제 부인입니다"라며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이 코치는 현역시절 타자와 투수 최고의 라이벌로 자존심 대결을 벌였던 선동열 감독과도 따뜻한 인사를 나눴다.
선수에서 이제는 지도자로 다시 격돌하게 된 3명이 내년 시즌 어떤 모습으로 다시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 만날지 궁금하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