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의 겨울은 썰렁하다?
이는 단순한 선입견일 뿐. 11일 찾은 대구 최대의 재래시장인 서문시장엔 상인들과 손님 간의 가격 실랑이로 쌀쌀한 날씨가 무색할 정도였다. 최태경 서문시장상가연합회 회장은 "서문시장은 겨울 장사가 많아 1년으로 봤을 때 60~70%의 매출이 겨울에 이루어진다."고 웃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서문시장엔 이불이나 커텐, 의류 등 섬유 계통의 품목들이 주종을 이루기 때문에 한 해로 보면 대목이나 다름없는 것.
특히 혼수용품을 파는 가게들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과 같아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복가게를 운영하는 변해선(51·여)씨는 "원래 겨울에 한복이 많이 나가는데다 올해는 쌍춘년까지 겹쳐 예년보다 20~30% 손님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결혼 시즌이 아닌 겨울인데도 막바지 쌍춘년 결혼에 골인하려는 손님들이 그 만큼 많다는 것이다. 내년 1월 딸이 결혼식을 올린다는 김은숙(56·여·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급하게 날짜가 잡혀 허겁지겁 찾아왔다."며 "경기가 안 좋으니 딸 한복만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불 가게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자의 질문에 꺼리김 없이 대답을 해준다. 이석연(66·여) 사장은 "결혼하는 사람들 위주로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날씨가 건조해 정전기가 많이 생기다보니 3만~7만 원 가량의 면 이불이 많이 나간다고 덧붙였다. 커텐 가게들도 호황이다. 고복자(50·여) 사장은 "겨울에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니까 두꺼운 커텐 중심으로 많이 나가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다른 계절에 비해 30% 정도 손님이 늘었단다. 실크나 면쟈가드, 벨벳 등이 인기 품목.
서문시장의 명물인 칼국수·수제비 포장마차들은 추운 날씨에도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출출할 무렵이 되자 포장마차마다 자리 찾기가 쉽지 않다. 9년 동안 수제비 장사를 해왔다는 김종숙(46·여)씨는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이 아니고서는 겨울에도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러 칼국수나 수제비를 먹으려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싸늘한 겨울의 추위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것. '호호' 입김을 내며 바쁘게 숟가락을 움직이는 정은하(38·여·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는 "밖에서 먹다보니 좀 춥긴 하지만 단돈 2천500원에 뜨거운 수제비를 먹고 나면 추위를 싹 잊어버린다."고 함박 웃음을 보였다.
하지만 일반 의류를 파는 가게들은 판매가 생각보다 못한 모양이다. 첫마디가 '불경기'라는 말이다.
어린이옷을 파는 한 가게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한데도 장사가 안 된다며 엄살을 떤다. 이미숙(46·여) 사장은 "젊은 애기 엄마들을 중심으로 매니아도 많이 생겨 꾸준히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사장은 "올해는 아이들 털 잠바가 대유행"이라고 귀뜸한다. 가격은 2만~2만5천 원으로 저렴하다는 것. 여성옷을 파는 김지연(44·여)씨는 "최근엔 손님들이 두 벌 살 걸 한 벌 밖에 안 산다."며 "날씨가 빨리 추워진다면 찾는 손님들도 덩달아 늘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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