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년 '대선' 집값 상승 요인 될까

역대 대선과 집값 변동 연관성 적어

내년 집값 상승을 점치는 최대 변수중 하나로 '대통령 선거'가 꼽히고 있지만 역대 대선와 집값은 뚜렷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건설산업전략연구소가 국민은행의 주택가격 시계열 통계를 이용해 과거 13-16대 대선과 집값 변동을 살펴본 결과 대선이 치러진 해의 1월부터 11월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3차례 오른 반면 1번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거 이후 1년 동안 아파트값은 2차례는 올랐지만, 2차례는 하락해 일관성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선거가 있는 해라고 무조건 집값이 오를 수는 없다. 선거 자체 변수보다는 입주량, 금리, 그리고 정부 정책 등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한다"고 말한다.

◇ 대선-집값 상관관계 적어 = 국민은행 집값 통계를 보면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된 1987년 12월 13대 대선의 경우 그해 1월부터 선거 전 달까지 11개월간 전국 아파트값은 9% 올랐으나 선거 이후 1년 동안은 2배가 넘는 20%가 상승했다.

이는 선거 직전 유가, 금리, 환율 등 '3저(低)'호황에 따른 통화 팽창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고, 이후에도 88년 올림픽 개최 특수로 상승폭이 더 커진 것이다.

대선 후보로 나선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집값이 크게 오르자 '반값 아파트'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부동산 정책대결도 뜨거웠다.

그런가 하면 김영삼 후보가 당선된 14대 대선(1992년 12월)에서는 그해 선거 전 달까지 11개월간 전국 아파트값이 4.2% 떨어졌고, 이후 1년 역시 2.8% 하락하는 등 하락세를 이어가 '선거 특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주택 200만호 공급' 계획에 따라 1기 신도시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집값이 약세를 보인 것이다.

김대중 후보가 당선된 15대 대선(97년 12월) 때는 선거 직전 11개월간 5.3%가 올랐지만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지며 이후 1년간 13.6%가 하락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양도세 등 주택 거래세 인하, 서민주택 공급 확충 등의 공약이 나왔지만 고금리 속에서 집값 하락은 불가피했던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2002년 12월) 때는 선거 직전 11개월간 22.3%나 폭등했고 이후 1년간은 9.6% 올랐다.

이는 노무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선거 1-2개월 전에 발표된 것임을 감안할 때 98-99년 외환위기 당시 주택공급 감소로 입주량이 부족하고, 사상 초유의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주택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한 때문이다.

◇ 내년 대선은 어떻게 될까 = 전문가들은 결국 내년 집값은 대선 변수보다는 주택 수급 상황과 금리, 정부정책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요즘 선거는 과거와 같은 이른바 '돈 선거'를 치르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시중에 돈이 풀리지 않고, 대선 공약도 비슷비슷해 집값 시계열로 볼 때 큰 의미가 없다"며 "선거보다는 주택 공급량과 금리 등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집값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에 따라 "내년 서울, 수도권 아파트 입주량이 올해보다 20% 정도 감소하고, 선거를 앞두고 서민고통을 가중시키는 금리인상은 어렵다고 볼 때 내년 집값은 다소 불안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개발이나 규제완화 등의 공약이 발표될 경우 해당 지역의 국지적 상승세는 나타날 수 있다고 본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16대 대선 당시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따라 충청권 부동산값이 올랐듯이 개발 공약의 수혜지는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길진홍 팀장은 "재건축 및 종합부동산세.양도세 완화의 경우 여당은 물론이고, 야당인 한나라당도 공약으로 내세우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나 약간의 빌미가 보이면 집값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나오고 있는 '반값 아파트'나 '환매 조건부 주택' 공급 등은 단기 집값에는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유엔알 박상언 대표는 "반값 아파트 등 새로운 주택 공급방식 시도는 무주택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는 있어도 공급량이 미미해 단기 파급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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