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을 사수하라!"…해변 급속히 사라져

울진 봉평해수욕장.

이곳은 수십m 너비로 이어지는 희고 고운 백사장과 해안가 소나무숲으로 10년 가까이 피서객을 끌어 모았던 유명 바닷가였다. 그러나 11일 찾아간 봉평해수욕장은 공사장을 방불케 했다.

곳곳이 파도에 패여 무너진 해변은 마치 굴삭기가 찍고 지나간 듯했다. 30m 이상 넓게 펼쳐졌던 백사장은 2, 3m로 줄었고 해안가에 들어선 음식점들은 바닥에 있던 모래가 쓸려나가면서 콘크리트 바닥이 훤히 드러나 붕괴 위험에 시달리고 있었다.

주민들은 "1984년 해수욕장 개장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내년엔 해수욕장 개장이 힘들 것 같다."고 탄식했다. 올해 이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2003년보다 40%나 격감했다.

동해바다 해변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최근 2, 3년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기에 행정당국의 해변 보호대책은 파도에 모래가 씻겨 내려가는 침식현상을 되레 부추기고 있다.

이대로라면 몇 년 안에 포항, 영덕, 울진 등지 동해안 곳곳의 해수욕장은 사라질 운명이고, 해변에 있는 집이나 가게는 넘실대는 파도에 당장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다. 이미 영덕 대탄해수욕장은 백사장이 거의 사라지는 바람에 지난 여름 해수욕장 개장을 포기해야 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가 2003년부터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는 전국 62곳의 침식위험지구 중 경북지역 해안은 모두 6곳으로 강원(18곳)과 충남(16곳)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침식현상은 당국의 땜질식 처방으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임시방편 처방이 해변을 보호하기는커녕 주변에 대한 2차 침식만 불렀다는 것. 관동대 김규한 교수(토목공학과)는 "4, 5년 전만 해도 동해안에는 침식현상이 거의 없었다. 최근 심각해진 이유는 침식을 막기 위해 마구 만든 인공구조물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북도 이안호 해양정책과장도 "지난 2000년부터 연안침식지역 38곳에서 침식방지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분산투자로 인해 2차 침식 피해가 확산되는 등 오히려 심각한 양상을 낳고 있다."고 했다.

뒤늦게 경북도는 334.5km에 이르는 경북지역 동해안 전역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전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내년 108억 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친환경적이고 영구적인 해결방안을 찾기로 했다.

정부도 내년 3월부터 울진 구산해수욕장 앞바다에 94억 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수중에 잠기는 방파제인 인공리프를 설치하기로 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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