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영화계를 '백윤식의 해'로 정의한다 해도 반박할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영화 주변부를 맴도는 조연의 역할에서 탈피, 주연급에 연일 캐스팅되고 있으니 말이다.
백윤식(59)의 출연은 영화계에서 이변에 가까웠다. 청춘 스타들이 주름잡는 영화계에 50대 후반, 예순을 앞둔 영화배우가 다시 주연을 맡아 맛깔나는 연기를 보여주며 상품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영화 팬들은 백윤식을 더없이 반겼다. 영화계의 저변을 훨씬 풍부하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영화계에 없었던 농익은 새 캐릭터를 만났기 때문이다. 백윤식은 2003년 '지구를 지켜라'를 시작으로 '범죄의 재구성', '그때 그 사람들' , '싸움의 기술', '타짜', '천하장사 마돈나',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 성공적으로 영화를 이끌어갔다. 내년 개봉을 앞둔 '성난 펭귄'에선 이문식과 함께 주연으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김수미(55)도 마찬가지. '전원일기'의 막이 내린 후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를 통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김수미는 영화 '마파도', '맨발의 기봉이', '가문의 부활'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리다 최근 영화 '맹렬여인전'의 주인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계의 노장들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영화가 속속 개봉하고 있다. 21일 개봉을 앞둔 '올드 미스 다이어리'를 필두로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마파도 2', '여름이 준 선물' 등이 중견배우를 앞세워 극장가를 노리고 있는 것.
인기 TV 시트콤을 영화로 제작한 '올드 미스 다이어리'는 예지원과 지현우 외에 김영옥(69), 서승현(63), 김혜옥(46), 임현식(61)이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다.
외모도 능력도 평범한 노처녀 최미자(예지원)와 그녀의 개성 넘치는 아버지(임현식), 세 할머니(김영옥, 서승현, 김혜옥)들이 연하남 지 PD(지현우)를 집안에 들이기 위해 벌이는 대소동을 그린다. 시트콤이 영화화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시트콤의 인물 설정은 그대로 옮기되 줄거리는 새로운 내용으로 꾸몄다. 지난 봄 세상을 떠난 고 한영숙 씨의 자리는 중견배우 서승현 씨가 맡았다. 노처녀들의 심정과 발랄하다 못해 엉뚱한 할머니들의 일상을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한편 지난 2005년 300만 관객을 기록한 '마파도'의 속편 '마파도 2'역시 내년 1월 개봉한다. 전편에 이어 여운계(66), 김을동(61), 김형자(56)등이 웃음을 전달할 계획이다.
조연급의 연기자들이 대거 주인공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았던 마파도는 300만명이 넘는 관객이 모여들어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한 바 있다. 또 '마파도의 할아버지 버전'으로 눈길을 모았던 9월 개봉작 '무도리' 도 최주봉(61), 박인환(61) 등 주인공을 중견배우들이 맡아 호연을 펼쳤다.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여름이 준 선물'은 중견배우 오현경(70)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골마을의 세 아이와 노인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유쾌하게 그릴 예정이다.
이처럼 이미 무대 주인공의 자리에서 물러난 배우들이 다시금 영화계의 히어로가 되는 것은 영화계의 저변이 좀 더 풍부해졌기 때문이다. 젊은 남녀 배우들 뿐만 아니라 중견배우들이 맡을 수 있는 역할도 많아진 것.
관객들의 호응이 커진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식상한 캐릭터를 벗어나 이색적이고 독특한 캐릭터에 박수를 치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더 많은 중견 배우들의 스크린 도전기에 주목하고 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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