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요시평] 지자체의 '기업유치'를 생각한다

요즘, 출근길이 한결 가벼워졌다. 공장 증설에 필요한 부지 확보문제가 시원스럽게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제조업에서 증설의 의미는 남다르다. 말하자면 생산된 제품이 잘 팔려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증설이 논의되는 것이고, 이는 곧 회사가 한 단계 더 성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영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새로운 투자에 대한 위험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겠지만, 증설 시기를 놓쳐 바이어 요구에 제대로 따르지 못했을 경우를 가정해 본다면 경영자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우리 회사도 당연히 증설을 위해 부지확보를 추진하였고, 지자체의 결정적인 도움이 있었다.

금속기와를 생산, 세계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는 우리 회사는 올해 서른 성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최근에는 해외시장에서 제품의 우수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아 매출액이 연 2배 이상 증가하는 급성장 추세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공장부지 확보는 시급한 과제였다.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로 골머리를 앓기도 하고 또 의외로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지만, 행정기관의 도움으로 난제를 해결하기는 처음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의 기업유치 경쟁이 치열하지만 사실 기업인들 모임에서나 가까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중앙정부나 지자체 할 것 없이 행정관서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지자체들이야 "기업 지원과 유치에 얼마나 노력하는데…." 하며 억울해 할지 모르겠으나,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지자체와 기업의 생각이 어긋나 있다는 말인데, 기업에 대한 이해와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고 기업인의 입장에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해본다.

먼저 기업과 지자체는 공동의 이익과 상생을 추구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기만 하기보다는 '밀어주고 이끌어 주는 협력과 보완의 건강한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지자체의 지금까지 기업에 대한 접근방식에는 반성의 여지가 많을 것으로 본다. 잠재적이나마 기업에 대한 우월감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일방적이고 시혜적인 사고에 근거해서 '홍보 따로, 행정 따로' 한 경우는 없었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둘째, 지자체 구성원들의 사고가 열려 있어야 한다. 유연성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비근한 예를 들어, 법률 조항에 '기업을 유치할 때, 지원을 할 수 있다'라는 문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유치'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이끌어 들인다'이다. 타 지역에서 관내로 기업을 이끌어 들여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말일게다. 그렇다면, 기존의 관내기업이 행정관서의 지원을 못 받아 관외로 공장을 이전하게 될 경우에도 지원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또 외지에서 1개 기업이 유치되는 것 이상의 규모로 관내기업이 공장 증설을 할 경우에는 지원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지 묻고 싶다.

셋째, 지자체의 목표지향성이 분명하고 일치하는 지도 살펴 볼 일이다. 한쪽에서는 "뛰어가자"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또 다른 한쪽에서는 마지못해 걷는 흉내를 내고 있다면, 아무리 그럴싸한 기업유치 시책일지라도 진심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공무원의 작은 성의가 기업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는 반면, 깊은 고민 없이 처리한 행정행위로 인해 기업으로 하여금 귀중한 시간과 금전적 손실을 초래케 할 수도 있고, 사소한 불친절이 해당 지자체에 대한 나쁜 이미지로 두고두고 기억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자체라는 거대한 조직을 단체장 혼자서 움직이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나를 알고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진리는 지자체가 기업유치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도 어김없이 통한다. 내부의 전열 정비 못지않게 상대방인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기업을 대함에 있어서는 설사 호의적인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치밀한 사전준비와 세심한 배려가 없는 접근은 차라리 아니함만 못할 것이요, 기업의 특성을 잘 살피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고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기업이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구체적인 계획을 앞세워 매진할 때만이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금번 우리 회사에 대한 지자체의 지원은 수범 사례가 될 듯 하다. 경산시에 사의를 전하며, '100억 달러 수출목표 달성' 시책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김이행 (주)로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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