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축구, 농구 등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한국 3대 인기 프로스포츠가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밑천을 드러내며 '우물 안 개구리'로 전락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 국내 최고 대우를 외쳤던 각 종목 프로 선수들의 기량은 아시아 정상권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음이 여실히 증명됐고 '다시 밑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3대 스포츠의 몰락 과정에서 드러난 공통점은 팬을 감동시키기 위해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모든 역량을 뽑아 보여 주려는 선수들의 집중력 부족은 물론 협회의 행정적인 난맥상까지 드러냈다는 사실이다. 이는 프로의 기본 자세와 연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아시아 맹주를 자부했던 야구와 축구가 동시에 몰락했고 '세대교체'를 내세웠던 남자 농구는 8강에서 탈락, 아시아 변방권으로 밀려났다. 여자농구는 결승 진출에 실패, 소기의 성과를 이루는 데 실패했다.
가장 먼저 금메달을 향해 출발했던 야구가 삐걱거리면서 한국 프로스포츠는 치명상을 입었다.
야구는 4대 프로 스포츠 중 가장 빠른 1982년에 태동했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공식 개막전에 앞서 사실상의 결승전인 대만전을 치러야했다는 점에서 종합 2위 수성에 나선 한국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우할 만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야구대표팀은 해외파가 총동원된 대만과 아마추어로 구성된 일본에 연달아 패하며 수모에 가까운 동메달로 대회를 조기 마감했다.
"베테랑이 모자랐다"는 김재박 감독의 소감은 일본의 사회인 야구에 패하면서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말았다. 한국프로야구가 일본의 사회인 야구를 제압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팬들에게도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대만에 발목이 잡혀 4강 탈락의 비운을 맛본 것은 여자 농구도 마찬가지였다. 예선 1차전에서 대만에 패하며 어렵게 출발했고 결국 중국과 준결승에서 일찍 만나는 바람에 결국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상민과 추승균(이상 KCC) 등 베테랑들을 빼고 젊은 선수로 팀을 새로 꾸린 남자 농구는 예선에서 이란과 요르단 등 중동팀들에 덜미가 잡히는 바람에 어렵사리 8강에 올랐지만 결국 만리장성을 넘지 못하고 8강에서 짐을 쌌다.
한국 남자 농구가 메달권에서 멀어지기는 1958년 도쿄대회 이후 48년 만이다. 최부영 감독은 이란과 요르단에 패하자 "이게 프로의 농구냐"며 공개적인 질타를 마다하지 않았다.
대진이 발표됐을 때 목표 달성 또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분명 이겨야 하는 게임이 있고 그 경기에 대표팀의 모든 역량을 집결시켜야 했지만 야구는 물론 남녀 농구도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고전했다.
1986년 서울 대회 이후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 탈환을 노렸던 한국 축구는 4강까지 올랐지만 한 방에 무너지고 마는 아시안게임 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다시 정상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축구는 대표팀 선수 차출을 둘러싼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의 행정 난맥이 초라한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견 조율이 절실하다.
그보다도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뤘고 6회 연속 아시아를 대표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온 한국이 정작 아시아 최고봉을 가리는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 각각 20년, 44년 동안 무관에 그쳤다는 점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아시아 정상 탈환이 그리 녹록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된 이상 야구, 축구, 농구 등 3대 인기 스포츠가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팬들의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지는 게 시급하다.
각종 규제를 풀어 선수 간 경쟁력을 극대화시키는 작업이 우선이다. 이름이 아닌 실력으로 대표팀을 무한 경쟁 체제로 끌고 가야 한다. 국제 대회 메달보다 국내 선발전이 더 힘들다는 양궁이 이를 방증한다.
또 국제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담보하기 위해 전통의 강호 중국, 일본과 함께 구기 종목에서 턱밑까지 쫓아온 대만까지 포함해 꾸준한 전력 분석 작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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