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육상이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금 1, 은 1, 동메달 3개의 성적표로 모든 경기 일정을 마쳤다.
'1번 기초 종목' 육상이 약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그동안 아시아권에서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해왔던 전통마저도 위태롭게 하는 성적이다.
한국은 육상이 시작된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첫 종목인 남자 20㎞ 경보에서 김현섭(삼성전자)이 '은빛 워킹'으로 산뜻한 출발을 했다. 그러나 8일 트랙.필드 종목이 열전에 들어가자 금새 무기력증에 빠져들었다.
여자 100m 허들 이연경(울산시청)과 남자 10종경기 김건우(포항시청)가 동메달 한 개씩을 건져올리며 힘겨운 메달 레이스를 벌이다 그나마 마지막 날인 12일 '투척의 희망' 박재명(태백시청)이 '금빛 창'을 던져 체면을 세웠다.
믿었던 금메달 기대주 김덕현(조선대)은 세단뛰기에서 동메달을 하나 보태는데 그쳤다.
1954년 마닐라대회부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육상은 첫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낸 데 이어 거의 매번 거르지 않고 금 사냥을 해왔다.
1978년 방콕대회에서 은 1, 동메달 1개에 그쳤지만 1982년 뉴델리대회 금 3개를 시작으로 1986년 서울대회 금 7개, 1990년 베이징대회 금 2개, 1994년 히로시마대회 금 3개, 1998년 방콕대회 금 4개, 2002년 부산대회 금 3개로 선전했다.
이번이 28년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다.
당초 한국은 금 3, 은 3, 동메달 3개를 예상치로 잡았지만 목표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다.
특히 마라톤의 참패는 충격적이었다.
1990년대부터 4회 연속 레이스를 석권해온 한국 마라톤은 지영준(코오롱),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이 출전했지만 메달권에 근접하지도 못한 채 주저앉았다.
정신력 실종, 전략 실패와 더불어 전반적으로 국내 마라톤계 지도력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이다.
27년 묵은 100m 한국기록에 도전한 단거리도 참담한 좌절을 맛봤다. 신필렬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포기하진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당장 답이 보일 것 같진 않은 분위기다.
육상 전체 판도를 보면 '오일달러' 강풍이 트랙과 도로를 모두 휩쓸었다.
마라톤의 나라 케냐에서 개최국 카타르로 귀화한 무바라크 하산 샤미가 남자 마라톤에서 독주를 펼친 끝에 우승했고 남자 장거리와 중거리는 거의 대부분 오일달러 용병들의 독차지였다.
트랙 최장거리인 남자 10,000m에서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1-4위로 나란히 들어오고 황인종 러너들이 5위부터 꼴찌까지 뒤를 따르는 광경도 연출됐다.
오일달러의 위력으로 중국의 독주에도 제동이 걸렸다.
'황색탄환' 류시앙을 앞세운 중국은 모두 45개 세부 종목에서 금메달 14개를 따내는데 그쳤다.
반면 바레인은 용병과 '히잡 스프린터'를 내세워 금메달 6개를 쓸어가 육상 종합 2위를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카타르도 금메달 3개를 수확했다.
반면 전통적인 트랙 강국 일본은 금 5개에 그쳤다. 한국은 육상 종합순위에서 10위에 턱걸이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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