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아! 저 외로운 사람을 보라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외로웠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내가 외롭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이상합니다."

달랑 남은 한 장의 캘린더를 바라본다. 겨울비라도 주룩주룩 내리거나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면 문득 '나는 혼자구나'라는 생각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런 경험이 아니더라도 이런저런 위기가 닥치고 절망적인 상황을 맞이할 때면 결국 혼자일 수밖에 없는 외로운 현실을 슬퍼하게 된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외로움이라는 것을 모르고 지내왔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전설적인 록 그룹 비틀즈의 노래 중에 '엘레나 릭비' 라는 곡이 있다. '아, 저 외로운 사람을 보라(Ah, look at all the lonely people). 저 쓸쓸히 혼자 서 있는 사람을 보라. 저들은 누구를 기다리는 걸까? 외로운 사람들. 그들은 어디서 오는가? 외로운 사람들. 그들은 어디로 가는가?' '외로운 사람'이란 가사가 중복돼 흐르기 시작하면 청중은 어느새 눈에 눈물이 고이고, 마치 자신이 노래의 주인공이 된 듯 흐느낀다.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이라는 단편에서도 벌레로 변한 한 인간을 통해 인류가 처한 부조리와 소외를 사실적으로 그리면서 인간의 고독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이렇다. 주인공 그레고르가 외판원으로 죽을 고생하면서 여러 식구들을 먹여 살린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징그러운 벌레로 변신해버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 식구들은 그가 벌레로 변한 모습을 보며 철저히 외면해버린다.

결국 그는 모진 학대와 외로움을 견디다 못해 죽고 만다. 싸늘한 시체로 변해버린 그를 보며 식구들은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기보다는 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서로 기뻐하면서 산책을 나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을 보면서 현대인의 삶의 자리가 생계를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해버린 비애를 느낀다. 한 개인을 그의 영혼과 인격으로 평가하지 않고, 오직 기능만을 강조하며 도구나 수단으로 사용한 후, 폐기처분해버리는 냉혹한 사회가 되어서는 안된다. 서로 사랑하며 정말 어렵고 힘들때 옆에서 도와주는 모습이 그립다.

박세환 대구 열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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