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英 유명인 동원 강간재판 '리얼리티 TV쇼' 논란

영국 BBC 2가 유명 인사들을 배심원으로 출석시킨 강간 재판에 대한 리얼리티 TV 쇼를 제작, 방영할 예정이어서 논란을 빚고 있다.

BBC 2-TV가 내년 2월에 4일 동안 방영할 예정인 리얼리티 쇼 '평결(The Verdict)'은 2명의 축구 선수가 런던 호텔의 특실에서 19세 소녀를 집단 강간했다는 가상의 시나리오 아래 진행되는 재판을 화면에 담는다.

백만장자, 음악가, 전직 의원 등 유명 인사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현직 법관이 지휘하는 진짜 법정에서 축구선수 2명의 죄를 심판해 평결을 내리게 된다.

그러나 이 배심원들 중 도덕적으로 물의를 빚었던 사람들이 일부 섞여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고 더 타임스 신문이 13일 보도했다.

배심원 중 한 명인 제프리 아처 경은 한때 보수당 부의장까지 지냈으나 명예훼손 소송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다. 1987년 매춘부와 잤다는 기사가 타블로이드 신문 데일리 스타에 실린 후 그는 신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친구에게 거짓 증언을 부탁했다가 이 사실이 들통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01년 은퇴한 전직 축구선수 스탠 콜리모어는 가정폭력에 연루됐던 인사이다. 그는 1998년 한 술집에서 당시 여자친구 울리카 존슨에게 주먹을 휘둘러 구설수에 시달렸고, 2004년에는 별거 중인 아내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가 무죄로 풀려났다.

래퍼 메가맨은 살인 혐의로 세 차례 재판을 받은 끝에 결국 무죄로 풀려난 인물이다.

사라 페인은 8세 난 어린 딸이 성폭행범에 살해된 후 어린이를 성폭행범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성폭행범의 주소를 공개하는 일명 '사라의 법'을 제정하는데 앞장섰다.

이밖에 본드걸 출신인 섹시 스타 호노 블래크먼, 영국 국방장관을 지낸 마이클 포티요도 배심원으로 출연한다.

제작진은 어떻게 배심원들이 평결에 이르는지를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시청자들도 BBC 2 웹사이트에 올린 배경 자료, 증인 인터뷰, 증거 서류 등을 보고 자신의 독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회단체인 '강간 위기 네트워크'의 클리오나 새들리어는 "제작진은 12명의 보통 사람이 아니라 유명인사 배심원을 선정했고, 평범한 강간 재판이 아니라 화제성 사건을 채택했다"며 센세이셔널하고, 극단적인 수준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제작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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