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음악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메우고 많은 관중들로 붐비는 카타르 도하 아스파이어홀5 복싱경기장. 이곳에서 성공과 실패를 맛본 태국 복서의 이야기가 그들의 과거사와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13일 복싱 웰터급(69kg) 결승 무대에 오른 앙칸 촘푸푸앙(25)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우슈 65kg이하급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복싱 글러브를 다시 꼈기 때문. 복싱에서도 금메달을 따리라는 태국인들의 기대 속에 링에 오른 그는 격투 센스와 빠른 몸놀림으로 승승장구했다.
결승 상대는 바키트 사르섹바예프(25·카자흐스탄). 경기 초반 촘푸푸앙은 가드를 내리고 상대를 얼르며 촐싹(?)댔다. 마치 상대를 깔보는 듯한 자세. 하지만 사르섹바예프의 빠른 주먹은 노 가드 상태인 촘푸푸앙의 얼굴에 연이어 적중했다. 뒤늦게 촘푸푸앙이 앞으로 나서며 주먹을 내밀었으나 반격을 당해 점수 차는 계속 벌어졌다.
가드를 올린 채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치는 사르섹바예프의 모습은 '전진, 오직 전진 뿐'이라는 그의 좌우명에 걸맞았고 4라운드로 진행되는 결승전에서 2라운드 만에 촘푸푸앙을 RSC로 물리쳤다. 실패를 모르던 촘푸푸앙의 경솔함이 결국 마지막 순간에 화가 되어 돌아왔다.
반면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서 관심을 모은 복서는 복싱 밴텀급(64kg) 결승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마누스 분줌농(26). 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복싱 밴텀급에서 우승, 시상 직후 푸미폰 태국 국왕과 휴대전화로 통화하면서 "국왕 폐하를 위해 싸웠고 폐하가 있어 마지막 승부에서 더 강해질 수 있었다."고 해 태국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국민 영웅'이라는 명예를 얻은 그에게는 부도 뒤따랐다. 각종 상금, 격려금 등으로 받은 돈만 해도 200만 바트(한화 약 4억4천만 원). 하지만 성공담은 거기까지였다. 우쭐해진 그는 술과 노름에 빠졌고 아내가 있음에도 많은 여자들과 어울렸다. 많던 재산을 모두 날리고 국민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후회와 좌절감에 시달리던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태국복싱협회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그를 다시 부른 것. 협회의 배려 아래 쿠바에서 현지 복싱코치의 지도 속에서 2년 가까이 떠나있던 링에 올라 구슬땀을 흘렸다.
국민들을 두번 다시 실망시키지 않겠다던 그는 결국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분줌농은 우승 후 "태국 국민을 비롯해 내게 다시 기회를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 덕에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해 태국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다.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경북대 '반한집회'에 뒷문 진입한 한동훈…"정치 참 어렵다"
한동훈, 조기대선 실시되면 "차기 대선은 보수가 가장 이기기 쉬운 선거될 것"
유승민 "박근혜와 오해 풀고싶어…'배신자 프레임' 동의 안 해"
"尹 만세"…유인물 뿌리고 분신한 尹 대통령 지지자, 숨져
법학자들 "내란죄 불분명…국민 납득 가능한 판결문 나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