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난치병(難治病) '맞춤 치료'

영원히 죽지 않으려는 꿈을 꾸던 秦始皇(진시황)은 불로초를 찾아 많은 사람들이 천하를 헤매게 했다. 하지만 그 꿈은 역시 꿈일 뿐이었다. 늙고 병들고 죽는 문제는 인간의 능력으론 극복할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이었다고나 할까. 1953년 제임스 잡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인간의 遺傳(유전) 정보가 담겨 있는 디옥시리보핵산(DNA) 구조를 밝혀냈을 때만도 그런 일이 생기리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31억 2천만 쌍의 DNA 분자로 이뤄지고 4만 개에 가까운 유전자들이 들어 있는 '인간 게놈'을 이젠 거의 다 읽을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의 생명에 관한 모든 비밀을 담고 있는 백과사전과도 같은 게놈지도를 조금만 더 해독하면 '신의 영역'이 무색해질 판이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한 醫術(의술)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치료가 잘 되지 않는 難治病(난치병)들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유전적 차이를 보여주는 '유전자(DNA) 변이 지도'가 국내에서 처음 완성됐다. 과학기술부는 90명의 DNA에서 2만 5천 개의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찾아내 이달 안에 국제 SNP 등록 기관인 'dbSNP' 웹 사이트에 공개할 움직임이다. SNP의 기능을 밝히면 유전적 차이로 생긴 질병을 맞춤형으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려 '획기적'이다.

○…이 연구는 우리나라 사람 고유의 疾患(질환)과 약물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밝혀내는 '한국인 일배체형 정보사업' 가운데 하나로 이뤄지게 됐으며, 한국과학기술원 강창원 교수가 주도했다. 특히 이 유전자지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걸리는 위암'당뇨병 등의 원인을 찾을 수 있게 해 난치병 치료에 靑信號(청신호)를 켜게 하고, 人種(인종) 간 비교분석 연구에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보여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가장 두렵게 만드는 암'당뇨병 등의 난치병은 분명 극복의 대상이다. 완전히 치유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유전자지도 작성은 그래서 너무나 반갑다. 하지만 한 과학자의 '자신의 種(종)을 재설계하는 시대가 오면 인간은 자신 운명의 종착지에 도달하는 게 아닐까'라는 自問(자문)이 새삼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까닭은 '왜'인가. 두려움과 기대로 바라볼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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