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싸움의 기술-말꼬리 잡거나 '선' 넘는 막말은 "노"

취재를 통해 만난 대부분의 부부들은 싸우는 원인이 '별 것 아닌 사소한 것들'이라고 했다. 싸우다보면 어느 순간에는 싸움의 원인은 간데 없고 묵은 감정들만 터져나와 서로의 가슴을 할퀴어댄다고 한다. 치약을 짜는데 가운데부터 눌러쓴다거나, 화장실 사용후 변기 뚜껑을 내려놓지 않는다거나, 양말을 뒤집어 벗어놓는다는 등의 아주 조그마한 생활습관에서부터 시비가 시작된다고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남성 쪽에서 제공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남성들도 인정하고 동의하는 부분이었다. 잦은 술자리와 늦은 귀가, 아이의 건강을 생가하지 않고 줄창 피워대는 담배, 늘어나는 씀씀이 규모에 비해 턱없이 적은 가계수입, 밖에서는 너무나도 사교적인 남자지만 집에만 들어오면 리모컨만 돌려대는 남편의 모습 등은 흔히 등장하는 부부싸움의 원인이다.

◇상대방을 비난하지 말자

싸움의 원인이야 어떻게 됐건, 부부들이 싸우는 방식은 비슷했다. 애초에 싸움을 벌인 원인은 온데간데 없어지고 온갖 인신공격과 비하발언이 자리를 채운다. 그것도 모자라면 '당신 집안은 그렇게 대단해?'라는 출신성분 추적 및 '당신은 예전에 그런 적 없어?'식의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이 펼쳐지고, '도대체 기본이 안됐다.'는 인간 자질론까지 들먹인다. 이 단계를 넘어서면 '핵확산금지조약'도 소용없다. 애꿎은 가재도구들이 일제히 위치이동을 시작하고, 평소 입에 담지도 못했던 욕설이 꼬리날개 부서진 미사일마냥 온 집안을 헤집고 다닌다.

◇지킬것은 지키자

어떻게든 싸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잘 싸우는 것이 방법이다. 이성을 잃고 막말로 치닫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불만과 자신의 감정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싸움의 기술.

싸움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려면 막말을 하거나, 말꼬리를 잡거나, 옛일로 거슬러 올라가는 등의 행동은 무조건 삼가야 한다. 부부관계도 인간관계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고운 법이고, '아'다르고 '어' 다르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

기분이 좋을 때 잘못을 지적한다면 '미안해, 앞으로 잘할게.' 정도로 끝날 수 있는 문제도 날이 선 한마디 말 때문에 싸움으로 번지는 경험은 돌이켜보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임동규(가명·40)씨는 "싸우다 보면 속으로는 잘못했다 싶어도 곱지 않은 말투에 자존심이 상해 끝까지 싸우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제발 컴플렉스를 건들거나, 비꼬고 비난하는 말 등을 섞지 않는다면 싸우는 횟수가 훨씬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부라면 서로에게 화약고가 되는 부분이 어떤 것인지는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것만은 하지 말아야 할 말 10가지를 써보자.

◇ 한박자 늦추자

감정이 너무 격해졌다 싶으면 남편이나 아내 누구든 잠시 휴전을 선언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성식(가명·37)씨는 "싸우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땐 '그만하자' 한마디 하고 집을 나선다."며 "이 때 보통 아내는 '그렇게 나갔다간 다시 집에들어올 꿈도 꾸지마'라고 악다구니를 쓰지만 집을 나선지 10분도 되지 않아 '내가 말이 좀 심했네'라는 후회가 밀려온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부간에 사전 조율을 해 둘 필요가 있다. 휴전을 선언했을 때는 각자 자신의 진지로 돌아가 다시 한번 상황을 곱씹어 보자는 합의가 돼 있어야 집을 나서는 아내나 남편으로 인해 더 큰 싸움이 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승패를 가지려 하지 말자

도박이나 경마에선 승자가 있지만 부부사이에서 한쪽이 지고 한 쪽이 이긴다면 이건 무두가 진 싸움이다. 원칙을 잘키켜 곱게 싸우야 위윈 게임이 된다. 부부싸움을 겁낼 필요는 없다. 건설적 갈등은 부부가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그래서 결합이 더 굳건해지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느냐, 아니면 더 패어서 쓸모없는 땅이 되느냐는 어떻게 싸우냐는 방법에 달린 것이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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