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선한 '두 시도'…박정숙 서양화전·조경희 기념전

연말을 앞두고 각종 전시회가 잇따르는 가운데 젊은 감각의 신선한 전시회가 시선을 끈다.

18일까지 대백프라자갤러리 B관(053-420-8015)에서 열리는 '박정숙 서양화전'은 존재에 대한 탐구전이다. 전시작품들은 부제 '존재를 위하여' 구성됐다. 자신의 존재 또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성찰로 엮은 것이다. 박 씨는 이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유화 혹은 아크릴, 때로는 두 재료 모두 써서 그려내기도 한다.

오묘한 분위기의 우주나 인물·풍경 등 작품 하나마다 다른 방식이다. 그리고 다시 짧은 산문으로 이를 마무리한다. '새로운 것이 아닌 기존에 다 알려져 있던 내용'을 박 씨만의 특별한 길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작품마다 독립적인 것 같으나 전체적인 내용을 조합해 보면 한 인간의 삶 전체를 다루고 있다. 무에서 창조돼 한 생을 살며 희로애락을 느끼며 결국엔 다시 무의 세계로 돌아가는 '하나의 꿈같은 삶'을 은유한다.

검정 스타킹! 1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9전시실(053-606-6114)에서 열리는 '조경희전'의 주요 재료이다.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담긴 그늘진 마음(외모 콤플렉스)을 표현하기 위해 먹 대신 선택한 소재이다. 스타킹을 엮어서 늘어뜨려 그림자(SHADOW)를 표현하던 조 씨의 작업은 2005년도 영남한국화회 우수작가 선정 기념전인 이번 전시회에서 '좀 경쾌하고 만져서 즐거운 작업'을 보여준다.

팬티 스타킹, 밴드 스타킹, 발목 스타킹 등 갖가지 스타킹으로 다양한 색의 층차를 나타냈다. '여자적'인 것을 적극 드러내기도 한다. 실존, 페미니스트 등의 문제의식을 드러내다가 이제 '키치'적인 어법으로 '여자'임을 주장하고 있다.

분홍빛 스타킹 등 화려한 색감의 스타킹, 붉은 색 공단이나 레이스 장식 등이 이를 돕고 있다. 직접 배우고 있는 벨리 댄스에서 모티브를 딴 '어떤 여자의 방' 풍경은 각종 장식과 핑크빛의 스타킹과 거울·화장대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은 '여성'이 아닌 여자의 껍데기만 담고 있기에 쓸쓸한 독백이 담긴 허상으로 다가온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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