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도하)UAE 왕족 승마서 金 질주

출전한 4명 개인·단체전 휩쓸어

10시간 넘게 모래사막 120여km를 달려야하는 승마 지구력경기. 14일 아랍 에미리트(UAE) 왕족 '알 막툼 가문'의 H.H.셰이크 라시드 빈 무하마드 알 막툼(25) 왕자가 '승마 마라톤' 개인전·단체전을 휩쓸어 고국에 2, 3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한데 함께 단체전에 출전한 동료 3명과 이름이 좀처럼 구분이 가지않는다. 자세히 살펴보니 성이 모두 같다. 라시드라는 이름을 빼고 하만(24), 아흐메드(19), 마지드(19)를 대신 적어 넣으면 그대로 단체전 출전명단이 된다. 알고 보니 이들은 UAE의 수상이자 두바이의 통치자인 왕족 H.H.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을 아버지로 둔 친형제들.

이들은 어릴 때부터 승마광 아버지의 가르침 아래 말을 탔다. 그 덕에 라시드와 하만은 각각 1999년, 2000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고 아흐메드는 2002년 세계 승마지구력경기 우승을 거머쥐었다. 이들 중 막내 마지드도 2003년부터 성인경기에 참가 중이다.

이들의 아버지가 아들 4명에게 일일이 수억 원을 호가하는 말을 사주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었겠지만 돈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들의 아버지가 가진 재산은 1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버지 뿐 아니라 두 어머니 또한 말과 낙타를 타는 데 열성적인 이들이라 어릴 때부터 '승마 개인 과외'를 받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춘 셈.

승마지구력경기는 단체전 출전자 4명 중 3명이 완주해야 하는 경기다. 조기 교육(?)이 적중한 덕분일까. 이번 대회엔 대부분 출전자가 중도 탈락, 3명 이상 완주한 국가는 '알 막툼 가문'의 아들들로 구성된 팀 뿐이었다. 결국 합산 성적 순으로 바레인, 카타르가 2, 3위에 올랐다. 다만 승마 점프 부문에 출전한 여자형제 H.E.셰이카 라티파 알 막툼(21)은 메달권에 들지 못했다.

'알 막툼 가문'에서 이번 대회에 출전한 이는 또 있다. 셰이카 마이타 무하마드 라시드 알 막툼(26·여). 바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공수도 쿠미테(대련 부문) 여자 60kg이상급에 출전했던 '가라데 공주'다. '승마 5남매'와 남매지간인 그는 이번 대회 같은 체급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UAE가 따낸 메달은 금 3, 은 3, 동 3. 이 중 '알 막툼 가문'이 금 2, 은 1개를 안겨줬다. 그러나 앞으로 '알 막툼 가문'에서 또 어떤 선수가 세계무대에 모습을 드러낼지 모른다. 부자에다 스포츠광인 이들 남매의 아버지가 슬하에 둔 자식이 모두 16명(아들 7명, 딸 9명)이기 때문이다.

도하에서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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