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내음, 여름 향기, 가을 햇살 그리고 겨울 바람 함께 어울려 느껴 보고 싶구나. 내 가슴에 시원한 외눈 하나 얻는 날 우리 함께 달려가고 싶구나."
시를 적은 종이는 울퉁불퉁했다. 점자로 가득한 하얀 백지. 손으로 읽어내린 김진섭(47·2급 시각장애) 씨의 읊조림이 이어지는 동안 동아쇼핑 10층 아트홀을 채운 100여 명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낭독자의 목소리에 혼이 실렸다. 세상과 일상에 대한 애정을 뿜어내는 시구(詩句) 한 소절 한 소절은 입안에서 머물지 않고 세상을 향해 울렸다.
'대구점자도서관 개관 10주년 기념 시각장애인 자작시 낭송회(사진)'가 14일 오후 6시 동아쇼핑 10층 아트홀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구시지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서 40편이 출품됐고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11편의 작품들이 낭독의 무대에 올랐다.
"어둠을 더듬어 배꼽을 누르면 짐짓 잠든 척 뜸들이다 새색시의 몸짓으로 돌아누워 방긋 반기는 환한 목소리. 나와 밀월에 푹 빠진 내 둘째 각시, 미스 컴이다…." 시각장애인 이진규(60·1급 시각장애) 씨가 시를 읽어내려가자 객석을 메운 이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스크린 리더를 통해 컴퓨터를 사용하게 된 시각장애인인 이 씨가 컴퓨터를 부인에 비유해 만든 이 시는 시각장애인들의 생활과 느낌을 여실히 보여줘 청객들의 웃음을 자아낸 것. 2003년 2월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한 김현주(24·여·1급 시각장애) 씨의 '이·18'도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냈다.
시각장애인들의 소소한 생활상과 버무려져 큰 울림으로 퍼진 이번 시낭송회를 주관한 김진해 대구점자도서관 관장은 "시각장애인들의 문화적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이번 낭송회를 계기로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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