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1993년것 펼치니 추억이 새록

우리 집 장롱 속에는 20권이나 되는 가계부가 있습니다. 엄마가 1986년, 그러니까 결혼을 하면서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신 것입니다. 초등학교 때 용돈기입장에 대해 배우는 가정시간…. 그때 처음으로 엄마가 쓰시는 가계부를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가계부에는 단지 수입과 지출내용만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1993 가계부'라고 따라 쓴 글도 보이고요, 알고 보니 제가 초등학교 1학년 들어가서 글을 배워 와서는 그 위에다 따라 썼다고 합니다. 중간중간 낙서도 보이고, 그림도 그려져 있습니다. 어떤 곳엔 스티커까지 붙여져 있고요. 또 그 가계부에는 엄마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짧은 글이나 다짐도 보입니다.

어버이날이나 생일 때 우리에게서 받은 편지나 카드도 곳곳에 끼워져 있는 걸 보면 이 가계부는 단순한 가계부가 아니라 우리가족의 삶을 기록해 놓은 일기장 같아 보입니다. 오늘은 아빠가 벌써 2007년도 가계부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저도 이제부터는 지혜로운 엄마의 가계부 쓰시는 부지런함을 조금이라도 닮아서 내년부턴 다시 용돈기입장을 써야겠습니다.

현선경(청도군 이서면 학산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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