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절망을 희망으로' 수성구보건소 희망중재 프로그램

자궁경부암 말기 환자인 김미선(51·가명) 씨는 요즘 매주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그에게 발마사지를 해 주고 말벗도 돼 주는 엄명숙(36·여) 간호사가 찾아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오전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엄 간호사가 찾아왔다. 재래시장 내의 허름한 방 한 칸을 빌려 홀로 생활하고 있는 그는 환한 미소로 엄 간호사를 맞았다.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죽음만을 생각했던 그는 "엄 간호사를 만나면서 세상이 달라졌다."고 했다.

"죽어가는 보잘것없는 제 몸을, 그것도 발을 쓰다듬고 만져주는 간호사에게 말할 수 없는 고마움을 느꼈어요." 김 씨는 손수 발마사지를 해 주는 엄 간호사의 정성에 감동을 받아 조금씩 삶의 의지를 되찾기 시작했다. 자궁경부암 판정을 받은 후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시도했던 그는 현재 엄 간호사의 보살핌으로 삶의 희망과 의지를 품으며 밝게 생활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보건소가 지난달 22일부터 실시한 '희망중재프로그램'이 한 달 만에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집에서만 생활하는 말기 암환자를 찾아가 발 마사지와 말벗이 돼 주는 희망중재프로그램이 삶을 포기한 채 죽음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삶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 현재 수성구 보건소는 가정전문간호사 2명을 배정, 집에서만 생활하는 암환자 103명 중 말기 암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주 1회 방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3년 전 유방암 수술로 양쪽 가슴을 모두 잃은 이진숙(55·여·가명) 씨는 최근 인공 가슴을 갖게 됐다. 희망중재프로그램에 나온 금병주(50·여) 간호사가 이 씨의 가슴앓이를 배려해 보건소에 건의, 60만 원 상당의 실리콘 재질의 인공가슴을 무료로 제공한 것. 이 씨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바깥 출입도 안 하고 버텨온 게 벌써 3년째"라며 "인공가슴이지만 이젠 당당하게 외출도 하며 지내고 싶다."고 했다.

희망중재프로그램은 암 진단을 받은 후 극도로 불안한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환자들의 심리 치료도 병행하고 있다. 금 간호사는 "은은한 아로마 향을 피운 뒤 발 마사지를 하면 환자들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심리적인 안정감을 최대한 살려 치료를 한다."고 했다. 홍영숙 수성구 보건소 보건과장은 "홀로 생활하는 말기 암환자들에게 단순히 생필품을 챙겨주는 복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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