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엄연히 1등과 2등이 존재한다. 1등과 2등은 늘 라이벌로 더 좋은 상품개발을 통해 한정된 고객을 잡기 위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1등은 자리를 지키기가 어렵고 2등은 자리를 차지하기가 어렵다. 경쟁업체에서 히트상품을 개발하면 유사상품을 출시하거나 또는 상표권을 놓고 법정 대립을 벌이기도 한다.
이러한 치열한 1, 2위 다툼이 가장 치열한 곳이 백화점이나 대형 소매점 등 대형 유통업체의 공산품 코너. 통로를 따라 비슷한 상품들이 서로 눈에 잘 띄는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판매도우미들의 판촉 경쟁도 한몫을 하고 있다. 그야말로 대형 유통매장은 거의 매일 상품별 코너마다, 제조사 4~6곳에서 판매도우미 행사를 진행하는 등 라이벌 업체 간 시장을 선점 또는 확대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과업계의 라이벌로 유명한 롯데제과와 해태제과가 과자를 놓고 벌이는 신경전은 볼 만하다. 지난여름 해태제과의 주력 인기상품 중 하나인 '맛동산'에 대항, 롯데제과가 맛과 모양은 물론 포장까지 유사한 '꿀맛이네'를 출시해 해태제과 측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또한 해태제과 측은 "롯데제과의 '마이볼'역시 해태제과의 인기 상품인 '홈런볼'과 유사하다."면서 "짝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앞서 롯데제과는 '해태 석류미인' 껌에 대해 롯데제과의 껌과 아이스크림 브랜드 '석류미인'에 대한 상표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상표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 최근에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2003년에도 롯데제과와 해태제과는 자일리톨 껌의 용기 색깔을 놓고 분쟁을 벌인 적이 있는 등 이 두 회사는 제과업계에서 유명한 라이벌 관계로 정평이 나 있기도 하다.
장류업계에서도 유명한 라이벌 관계가 있다. '미원'과 '미풍'으로 한때 조미료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대상과 CJ는 그 이후 '맛나'와 '다시다'로 전쟁을 치른 전력이 있다. '미원'과 '미풍'의 라이벌 전에서는 CJ의 모기업인 삼성그룹의 이병철 창업주가 "미풍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고 말했을 정도로 미원이 우세를 보였다. 하지만 라이벌 2라운드에서는 '다시다'의 완승으로 결론났다. 당시 제일제당은 전 국민의 어머니라고 불리던 인기 탤런트 김혜자 씨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시장공략에 나서 다시다의 시장점유율이 1991년 51%에서 2002년에는 80% 이상에 이르는 등 '1등 제품'의 인지도를 굳혔다.
이러한 대상과 CJ의 라이벌 관계는 CJ가 2000년 해찬들을 인수하면서 더욱 뜨거워졌다. 고추장을 담가먹는 가정이 줄면서 연 3천억 원대의 규모를 가진 고추장시장에서 대상과 CJ의 시장점유율은 85%를 넘고 있으며, 양사 간 우위를 점하기 힘들 정도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올해 약 1천700억 원대로 예상되는 된장시장에서도 CJ와 대상은 시장점유율 면에서 3~5%의 미미한 차이를 나타내면서 라이벌 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2월 CJ의 삼호F&G, 10월 대상의 종가집브랜드 인수로 냉장제품에서까지 치열한 맞수로 대해야 할 판이 됐다.
생활용품 및 화장품 브랜드의 영원한 맞수는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다. 양사는 비누·치약·샴푸 등 생활용품은 물론 '오휘'와 '헤라'라는 브랜드로 국내 화장품 업계의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생활용품에서는 상품구색 및 매출 등에서 LG생활건강이 앞서고 있는 반면에 화장품 업계에서는 '헤라'가 우세하다.
이 같은 라이벌 전이 최근에는 녹차시장에서 불거지고 있다. 녹차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46%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아모레퍼시픽의 자회사 태평양에 LG생활건강이 도전장을 낸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독보적인 상품의 위치를 선점한 브랜드들도 끊임없는 상품개발과 판촉활동으로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농심은 라면업계에서는 절대강자이지만 매년 다양한 신제품 출시로 영역을 확대하는 등 신규 소비자 창출에 힘쓰고 있고 과자·음료·커피 등 다양한 사업으로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의 경우도 웰빙커피 출시 등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독보적인 자리를 유지해 나가는 모습이다.
동아백화점 유통센터 손재근 부장은 "기업의 경쟁체제는 품질개선과 다양한 판촉활동으로 고객에게 만족을 주고 동시에 신규고객 유입 등으로 시장성 확대 등의 순기능적 측면이 크지만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판촉비용 증가와 지나친 가격인하는 품질저하를 유발하며, 유사상품의 출시 등으로 대 소비자 신뢰도 하락으로 시장에서 상품자체가 도태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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