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1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입주한 박모(43) 씨. 그는 요즘 고민에 싸여 있다. 변동금리 대출을 선택한 그는 요즘 신문을 보면서 갈등에 휩싸인 것.
"신문에는 금리가 계속 올라 은행들이 툭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올린다는 기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금리가 자꾸 오르니, 변동금리로 하면 안되고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야한다는 기사도 쏟아지더군요. 고정금리로 갈아타야할지, 머리가 복잡합니다."
박 씨의 사례처럼 변동금리냐, 고정금리냐를 두고 생각에 잠기는 주택담보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금리는 더 오를 것이며, 이에 대비해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것이 과연 맞는 선택일까?
◆대출시장, 변화가 있나?
요즘 각 은행 영업점 창구에는 주택담보대출과 관련, 고정금리가 유리한지를 묻는 질문이 많다. 금리가 계속 오르니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 앞으로의 '고금리 위험'에 대비하겠다는 것.
최상수 대구은행 개인여신부 차장은 "최근 금리가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갖고 있는 고객은 물론, 신규 대출 희망자들도 '고정금리가 더 낫지 않느냐'는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며 "실제 일부 고객들은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기도 하다."고 했다.
대구은행 경우, 최근 며칠새 고정금리 대출규모가 수억 원 가량 증가했다.
시중은행은 고정금리로 가는 추세가 더 커져 국민은행은 지난달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 3조3천461억 원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이 1조1천550억원으로 34.5%를 차지했다. 국민은행의 월별 신규 주택담보대출액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 7월 1.1%(197억 원), 8월 3.4%(548억 원) 수준이었다가 9월엔 20.40%(4천307억 원), 10월엔 32.5%(6천991억 원)로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금리변화 오나?
대구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8일 기준) 5.45%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면 6.05% 정도. 불과 0.6%포인트 정도 밖에 차이가 안난다.
몇달전까지만 해도 변동금리대출과 고정금리대출 상품과의 이자율 격차가 1~2%정도 났었는데 불과 몇달새 그 폭이 크게 줄어들었다.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이자율이 자꾸만 올라가는 이유는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탓. 은행들은 CD금리에 연동시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정하고 있다.
CD금리는 2001년말 4.86%였다가 2002년말 4.90%로 소폭 오르더니 경기가 나빠진 2003년엔 4.36%로 떨어졌다. 2004년말엔 하락폭이 더 커져 3.43%까지 내려갔다.
이랬던 CD금리는 지난해말 4.09%로 올라가더니, 이달 12일 현재 4.72%로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결국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상품의 이자율이 자꾸만 올라가고 있다.
◆어디로 가야하나?
은행 주택담보대출 창구 영업 담당자들은 고정금리상품에 대해 "아직은 아니다."라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정금리 상품과 변동금리 상품의 이자율 차이가 상당폭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변동금리 상품의 이자율이 낮아 이자를 덜 문다는 것이다. 1억 원을 빌렸다면 지금 이자율 수준으로 봤을 때 변동금리상품에 가입한 사람이 연간 30만 원 이상 이자를 적게 낸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앞으로 금리가 급등세를 보일 가능성도 지극히 낮다는 것이 은행권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기조에 진입한 마당에 정책당국이 금리를 '쑥쑥' 올려댈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농협 대구지역본부 정일경 과장은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고정금리 상품으로 갈아타는 행렬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아직까지는 여전히 변동금리상품의 이자율이 싸고, 향후 급격한 금리변동 가능성이 낮아 변동금리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계에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변동금리상품이 98%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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