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車연쇄방화 '현장은 침묵 중'…사건 실마리조차 못찾아

연일 차량방화가 꼬리를 물고 있지만 경찰은 아직 사건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차량방화와 관련해 요일별, 시간대별은 물론 방화 당시 날씨, 기온 등에 대해서까지 분석을 끝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형사들은 '현장은 말한다.'라는 철칙을 갖고 수사하고 있지만 달서구 차량연쇄방화 현장은 아직 침묵하고 있다.

◇대로와 가까운 주택골목가=뜻밖에도 방화범은 대로와 가까운 주택가 주차 차량을 범행대상으로 골랐다. 달서구 장기동 모 빌라 주차장(용산로 왕복 6차로 도로에서 10여m), 달서구 용산동 모 아파트 주차장과 맞은편 건물 주차장(평리로 왕복 8차로 도로 옆), 달서구 감삼동 주택가(달구벌대로 왕복 10차로 도로에서 20여m, 감삼 뒷길), 마지막 장소는 달서구 죽전동의 상가와 주택가(달구벌대로 왕복 10차로 도로에서 30여m, 대구의료원길)였다. 이곳은 모두 대로와 가까운 곳으로, 범행 후 도주가 쉬운 장소를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달서구는 지난해 4차례 차량방화가 있었는데 용산동 모 건물 주차장은 동일한 장소였고, 지난 11일 있었던 감삼동 주택가 차량방화지점과 10여m 떨어진 곳에서도 발생했다.

◇막힌 골목길은 1차 표적=막힌 골목길이 방화의 주된 표적이 됐다. 19대 가운데 12대가 막힌 골목길에 주차돼 있던 차량이었다. 방화범은 바로 집 앞에 주차된 차량에도 대담하게 불을 질렀다. 문제는 소방도로를 따라 연결된 막힌 골목이 수없이 많다는 것. 특히 주거환경개선지역을 중심으로 주차 면수가 부족한 곳에선 방화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소방도로도 예외는 아니다. 15일 발생한 8대 차량 연쇄방화는 6m 소방도로로부터 쏙 들어간 골목에 주차된 차들을 집중적으로 노렸고 소방도로에 주차된 차량에도 불을 놓았다.

◇새벽시간=인적이 드문 자정을 넘긴 시간이 주 범행 시간대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차량방화는 모두 자정을 조금 지난 시간대에 집중됐다. 지난달 3일과 13일, 이달 11일은 오전 1시였고 15일에는 오전 0시 20분에 화재가 발생했다.

차종도 불문이다. 15일 차량방화에서는 유난히 9인승 이상 승합차가 많았지만 불에 탄 총 19대의 차량을 보면 구형 엑셀부터 신형 승합차까지 종류에 상관없이 범행대상이 됐다. 반면 방화부분은 주로 타이어 흙받이 부분, 보닛과 트렁크 부분에 집중됐다.

성서경찰서 한 관계자는 "골목마다 CCTV를 설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예산 확보가 어렵고 자율방범 등 주민들의 자체적인 예방 노력 및 신고도 중요하지만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로선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 현장에서 현행범을 잡는 수밖에 없지만 넓은 달서구를 다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속 터지는 경찰=현재까지 경찰 수사는 우범자, 동일수법 전과자, 주변 불량배 등을 상대로 진행됐다. 그리고 야간에는 매복조를 짜 하루 100여 명이 좁고 후미진 곳에 주차차량이 몰려 방화범의 주요 목표물로 노출된 곳에서 잠복근무를 해왔다. 지난달 3일부터 동원된 연인원은 4천여 명. 경찰은 앞으로도 전경중대 등을 동원해 대대적인 인원보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답답해 보이지만 인원을 대량 동원해 매복과 첩보수집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는 방화라는 범죄의 특성 때문에 현장범을 잡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인 데다 단독 범행이 많아 실마리를 잡기 힘들고 예측이 불가능해 과학적인 수사방식을 동원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박상기 성서경찰서 형사과장은 "방화의 경우 현장이 아니면 증거수집이 어려워 현장검거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앞으로도 용의자의 윤곽을 잡기까지 당분간 이런 식의 수사방식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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