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형사정책 판단' 검찰-법원 갈등 커진다

檢 "국가 정책적 사안인데…" vs 法 "형사정책 고려 대상 아니다

검찰은 18일 한미 FTA 반대 시위자 6명의 재청구 영장이 기각되자 김성호 법무부 장관까지 나서 영장 기각 문제의 해결점을 찾아보려 했던 노력이 무시됐다며 반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잇따른 영장 기각을 강도 높게 비판한 뒤 ""서로 다른 기관의 업무를 존중해야 한다. 영장 발부 기준 등에 대해 지나치게 견해차가 커 입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법원은 김 장관이 영장 문제를 입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보겠다는 화두를 꺼낸 지 불과 8시간만에 재청구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14일 한미 FTA 반대 시위에서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7명 중 6명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무엇이 국민을 위한 것인가, 무엇이 정의를 세우는 길인가를 고심했다"며 우회적으로 법원을 압박하기도 했다.

◇ 형사정책적 판단 '균열' = 검찰의 불만은 정부가 불법 폭력 집회를 근절하기 위해 각종 정책을 마련하고 총력을 기울이는데 사법부가 이를 뒷받침하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폭력 집회·시위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면서 과격 불법 시위는 원천 불허하고 폭력 시위자는 주동자를 포함해 엄격하게 처벌하며 형사 처벌과 함께 손해배상 청구까지 강구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형사 처벌과 손해배상 청구의 주무 부서인 법무부로서는 검찰이 청구한 불법 시위 관련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체면을 완전히 구기게 됐다.

과거 불법 퇴폐 영업, 부동산 투기를 단속할 때 법원이 형사정책적 판단에 따라 영장을 발부하던 것과 비교하면 검찰로서는 손발이 묶였다는 불만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불법시위를 막으려고 국가가 정책적으로 나서는 마당에 이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다르다.

검찰이 밝힌 구속 사유 자체가 형사정책적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법원은 폭력 시위였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화염병이나 죽창, 쇠파이프 등 위험한 물건이 사용된 것도 아니고 일부가 동종 전과가 있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사회를 지켜야하는 형사정책적 고려를 할 수는 없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법원의 판단에는 개인의 구속 여부가 달린 중대한 문제를 형사정책적 고려라는 관행에 따라 결정할 수 없다는 속내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입법화' 갈등 해결될지 미지수 = 김성호 장관은 최근 구속영장 발부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 양상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구속 요건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라는 매우 추상적인 내용으로 돼 있기 때문에 견해차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사안의 중대성이나 재범 위험성, 보복 범죄 가능성 등의 요건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추상적인 요건들을 입법화하는 것으로 영장 발부 여부를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범 위험성이나 보복 범죄 가능성 등은 이미 영장 발부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고 사안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입법화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이런 배경을 알고 있지만 입법화를 추진하기로 한 데는 법원의 발부 기준 자체가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내부의 해석이다.

춘천지법에서는 18일 FTA 집회에서 시위 진압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경찰이 신청한 30대 농민의 재청구 영장을 이례적으로 발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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