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우리나라 최초의 설탕생산 시설을 지어 경영하면서 집무실로 사용했던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 옛 CJ부산1공장내 '백설관'이 18일 오후 반세기만에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백설관'은 고 이 회장이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체인 제일제당㈜을 창립, 설탕생산 시설을 건립한 이듬해 집무실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90평 규모의 단층 기와지붕 건물로 60년대에 부분적인 개조를 거쳐 지난해 10월 CJ부산1공장이 경남 양산으로 이전하기까지 구내식당으로 사용됐다.
공장철거를 맡은 부산의 금탑건설㈜은 이날 오후 2시 보도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중장비로 백설관을 철거했다.
이로써 '백설관'은 지어진 지 만 50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모습을 감췄다.
'백설관'은 당초 지난 5일 철거될 예정이었으나 철거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CJ측이 공장을 매입한 서면개발㈜측에 유보를 요청해와 "원형을 살려 다른 곳으로 이전할 계획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CJ측은 "공장 매각전에 충분한 검토와 조사를 거쳤지만 혹시라도 귀중한 물건이 빠진 게 있는지 재차 확인하기 위해 철거를 일시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으며 확인결과 이상이 없어 철거해도 좋다는 통보를 했다"고 설명했다.
철거과정에서 백설관 내부에 있던 대형 철제금고가 발견됐는데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금탑건설㈜측은 이 금고가 제일제당 초기에 사업이 번창하면서 현금 등을 보관하기 위해 일본에서 수입해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추후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정확한 제작시기 등을 밝혀낼 예정인데 고 이병철 회장이 창업초기에 구입한 것으로 확인되면 오늘의 삼성그룹을 있게 한 물건 중 하나라는 의미가 있는 만큼 국내외 경매 사이트에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CJ부산1공장은 우리 손으로 지은 최초의 설탕생산 시설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생산공장으로서 1953년 6월 첫 삽을 뜬 뒤 4개월여만인 그해 11월 5일 첫 설탕을 생산해낸 곳으로 당시 생산능력은 하루 25t이었으며, 수입설탕이 판치던 시대에 우리 손으로 만든 설탕이 선풍적 인기를 얻으면서 부산공장은 설탕 국산화의 메카로 자리잡았다.
1954년 4월부터 12월까지 생산능력을 2배로 확장해 하루 생산능력을 50t으로 늘렸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라 설탕소비량의 3분의 1을 공급하는 수준이었다. 1962년에는 이 곳에서 생산된 설탕이 처음으로 외국에 수출됐다.
부산1공장은 설탕 외에도 밀가루와 조미료 생산시설이 함께 들어서 삼성그룹이 본격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한 곳이다. 제일제당㈜은 1993년 삼성그룹과 분리됐다.
CJ측은 도심에 위치한 입지적 제약 때문에 더 이상 시설확장이 불가능하자 경남 양산시에 새로운 공장을 지어 이전하기 위해 2003년 9월 건설업체에 부지를 매각하고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다.
이 공장은 건설업체인 서면개발㈜에 매각돼 지난 10월 11일부터 철거에 들어갔으며 내년 1월초까지 철거공사가 끝나면 47~58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금탑건설㈜ 설현수 전무는 "오늘의 삼성그룹을 있게 한 고 이병철 회장의 손길이 곳곳에 남아있을 백설관이 철거돼 영원히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돼 아쉬운 감이 있지만 우리회사가 역사의 현장을 함께 한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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