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기사와 승객의 안전을 위한 시내버스 시설을 보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행정기관과 버스업체들의 반응이 시큰둥해 서비스 개선에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밤늦은 시간대 만취 승객이나 오래 기다린 데 불만을 품은 시민들이 주먹을 휘두르는 폭력 사건이 잦아 버스기사들이 안전 운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업체들은 비싼 설치 비용 등을 이유로 보호시설 설치를 꺼리고 있는 것. 또 통합요금제 시행 이후 좌석버스 이용객이 크게 늘었지만 시설 서비스는 '멈춤' 상태에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10시 30분쯤 수성구 만촌3동 두리봉 터널로 진입하던 시내버스 기사 이모(47) 씨는 앞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급정거를 했다가 승객(51)에게 뺨을 맞았다. 급정거에 놀랐다며 마구 욕설을 하고 손찌검을 했다는 것. 지난 9일에도 버스요금을 달라는 시내버스 기사(50)를 만취상태에서 폭행한 승객(46)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기사는 요금을 내라고 했다는 이유로 얼굴을 수차례 맞고 어깨까지 발로 차였다.
156번 버스 운전기사 정공춘(38·북구 고성동) 씨는 "승객들의 손찌검이 도를 넘어 버스기사 보호장치가 시급하다."며 "급정거로 할머니가 넘어지자 할아버지가 지팡이로 매질을 했고 차가 늦게 왔다며 운전 중에 멱살을 잡힌 경우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기사는 만취승객이 바로 뒤에 앉아 종점까지 술주정을 하는 경우 운전대를 잡은 내내 불안할 수밖에 없어 안전 운행에 방해가 된다는 것.
이 때문에 건설교통부는 '자동차관리법' 일부를 개정, 지난 4월 이후 출고되는 시내버스에 대해 버스기사 보호용 격벽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하지만 운행 중인 버스에 대해서는 회사의 자율성에 맡겨 차단막 설치는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현재 대구 시내버스 1천239대 중 차단막이 설치된 버스는 58대(4.6%)에 불과하다.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운전기사 분리용 격벽시설의 경우 90만~400만 원이 드는데다 대구에는 폭행 건이 많지 않아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말했다.
또 통합요금제 시행으로 좌석버스 요금이 일반버스와 같아지면서 좌석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크게 늘었지만 이들의 안전을 위한 손잡이 등 안전장치가 없어 위험하다는 불만도 높다. 김모(24·여) 씨는 "요금제 개편 이후 왠지 '득'을 보는 것 같아 좌석버스를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천장이나 좌석에 '서 있는' 승객을 위한 손잡이가 없어 급회전이나 급정거 시 위험하기 짝이 없다."며 "좌석버스이긴 하지만 입석 승객들이 많아진 만큼 이들을 위한 안전 시설 마련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원칙을 주장하며 '손잡이' 설치 등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좌석버스에 승객 손잡이 등 안전장치를 마련하라는 법적 기준이 없다."며 "장거리 이용객이 좌석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을 것으로 예상되며 시설 확보는 업체가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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