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산 고교 입시 '불공정 경쟁' 의혹

중3학생 140여명 불합격…학부모 반발

1개 고교를 제외한 경산지역 인문계 고교들이 신입생 모집 과정에서 중학교 측과 지원 학생 성적 및 숫자를 사전 공유·조정하는 등 사실상 '공정한 입시 경쟁'을 막았다는 학부모들의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발표된 경산 6개 남·여 인문계 고교의 합격자 발표 결과 경산 소재 중3 학생 140여 명이 불합격해 해당 학부모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경북도교육청과 경산교육청은 영천, 청도 등 외지에서 온 학생 112명이 대거 지원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성적이 낮은 경산 출신 학생들이 탈락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학부모들은 불공정 경쟁이라며 교육청에 거세게 항의하고 나선 것.

실제 교육청이 집계한 각 고교 지원자 현황과 합격자 수는 A고와 B고의 경우 지원자가 전원 합격했고, C고는 354명 지원에 350명 합격, D고는 180명 지원에 175명 합격, E고는 442명 지원에 420명 합격 등으로 나타나 5개 고교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한 학생은 모두 31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F고의 경우 358명 지원에 245명이 합격하고, 무려 113명이 탈락돼 다른 학교들과 대조를 이뤘다.

불합격한 학생의 학부모들은 "학생 성적이 가장 떨어지는 F고교를 제외한 나머지 고교들과 중학교 교사들이 지원 학생의 성적 정보를 주고받아 고교별 지원자 수를 사전 조정한 뒤 '모집정원을 넘어섰으니 다른 학교에 지원하라.'는 식으로 학부모 상담과 전화까지 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A고와 D고 등을 지원했던 학생 60여 명은 지난 12일 원서접수 마감 시간에 임박해 부랴부랴 F고교로 원서를 다시 접수시키는 소동을 빚었고, 결국 학교 측의 '합격 장담' 상담을 믿고 지원했던 F중학교 중학생 60여 명은 동일 재단인 F고에 무더기로 불합격했다. 이들 학부모들은 "실업계 모집까지 끝나 원거리인 경북 북부지역 미달 고교로 진학해야 할 형편에 놓였다."고 대책을 호소했다.

경산시와 경북도 학교운영위원회 회장을 겸하고 있는 박종윤(52) 씨는 "도내에서 경산과 구미만 고교 수용 부족으로 불합격 중학생이 많이 발생해 경북도교육청에 대책을 촉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들은 "경산의 고교와 중학교에서 우수 학생들의 불합격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사전 조정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고교의 학급수 증원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편 구미는 관내 중학생들의 고교 진학난 해소를 위해 지난 8월 고교 학급수 평균 정원을 종전 35명에서 3명씩 늘리는 대책을 세워 이번에 50여 명만 불합격했으나 경산은 고교들의 반대로 증원이 되지 않았다.

경산·강병서기자 kb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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