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방학 현명한 학원 선택

겨울방학이 다가오면서 많은 학생, 학부모들이 학원 선택에 고심하고 있다. 원칙적인 측면에서 보면 학원은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없어도 되고 안 다녀도 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에게 있어서 학원은 엄연한 현실이다. 피할 수 없다면 도움이 되는 학원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와 안목을 가져야 한다. 잘못된 학원 선택은 창의력을 말살하고 경직된 사고방식을 갖게 하거나 수동적인 생활 습관을 갖게 하여 결국에는 지적인 홀로서기를 할 수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 사례1

B군은 고교 2학년생이다. 초·중학교 시절에는 전교 5등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은 성적이 엄청나게 떨어져 자신이 희망하는 의과 대학에 들어가기가 어렵게 되었다. 왜 성적이 그렇게 떨어졌는가. 담임선생님은 B군이 과외와 학원 수강이 지나쳐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잃고 만성피로가 겹쳐 학습의 생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어머니가 극성인 편이어서 잠시도 여유가 없다. B군은 월요일부터 일요일 저녁까지 단 하루도 빼지 않고 과외를 받거나 학원에 가야 한다. 저학년 때는 반복적으로 문제 풀이 훈련을 한 것이 바로 성적에 반영되었지만 고교 과정의 고난도 문제는 깊은 사고력과 응용력이 있어야 풀 수 있다. B군은 문제를 얼핏 보면 아는 것 같은데 풀어보면 안 된다며 고통을 호소한다. 학원 수강이 지나친 학생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듣는 수업으로는 최고의 단계에 올라갈 수가 없다. 스스로 생각하고 다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 사례2

D양은 지금 명문대 사회계열 1학년이다. 초·중·고교 때 주변 친구들보다는 훨씬 학원에 덜 다녔다. D양의 아버지는 고교 1, 2학년 때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일요일에는 학원에 가지 못하게 했다. 그 대신 운동을 하거나 책을 읽게 했다. 저학년 때 학원에 가더라도 국·영·수를 한꺼번에 다 듣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우선 필요한 것부터 한 과목씩 들었다. 비교적 공부하기가 좋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겨울방학 동안 집중적으로 학원에 다녔다. 한 번도 개인 과외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비슷한 수준의 학생끼리 서로 경쟁하며 공부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D양은 고3 때도 동네에 있는 헬스클럽 회원증을 끊어 운동을 했다. 토·일요일에는 한 시간 이상 운동을 했고 주중에도 특별하게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담임선생님의 양해를 얻어 일찍 집으로 돌아와 운동을 했다. 그는 학원을 한두 군데 더 다니는 것보다 운동을 해서 항상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입시 공부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실 고3 때는 학원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 학원의 유형과 특징

유행을 좇듯이 학원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세속적인 평가와 관계없이 특정 학원이나 강사가 학생에게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학원을 선택하기 전에 학생의 기질, 생활습관, 학습 성향 등을 먼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 종합반

중학생을 상대로 하는 강좌 중에는 전 과목을 묶어 학교처럼 가르치는 종합반이 많다. 올해 들어서는 2008학년도부터 내신 반영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고1을 상대로 내신 성적을 집중적으로 관리해 주는 종합반 학원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런 강좌는 기초실력이 부족하고 스스로 시간 관리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여러 과목을 묶어서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자신 있는 과목도 같이 신청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개개 과목을 한 주에 한두 번 정도만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수박 겉핥기식으로 실속이 없고 깊이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종합반 강의는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득점을 목표로 할 경우 취약한 과목을 하나씩 단계적으로 수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스파르타식과 아테네식

스파르타식 지도 방법을 선호하는 학원은 수강생들의 학습과 생활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계획한 만큼 반드시 성취하게 하는, 다시 말해 완전학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부모의 양해 하에 체벌까지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학원은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와 결과를 보여줄 수 있어 많은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최대의 문제점은 모든 학습활동이 타율적이고 강압적이기 때문에 지적인 홀로서기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습과 생활면에서 수동적인 습관을 갖게 할 위험이 있다. 또한 실질적인 생산성보다는 형식과 겉치레에 치중할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유형의 학원은 창의력과 상상력을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곧 시들해지는 학생의 상당수가 이런 지도 방법 때문에 공부에 염증을 느끼게 된 경우가 많다.

아테네식 학원은 가능한 한 학생이 자발적으로 공부를 하도록 유도한다. 상위권 학생들이 이런 학원을 선호한다. 그러나 자칫하면 학원과 학생 모두가 나태함에 빠져들 위험이 있다. 구체적인 학습 목표를 따라가면서도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 때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공부하는 습관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는 학생에겐 별로 효과가 없을 수도 있으므로 학생과 학부모는 이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생활을 자율적으로 이끌어 가기란 힘들다. 그렇다고 매번 타율적인 강요로 무엇을 하게 할 수도 없다. 청소년기에는 타율적 강제와 자발성이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원도 이 두 요소를 잘 조화시키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 그룹지도와 개인지도

현재 많은 학원들이 소수정예를 표방하고 있다. 최근에는 맨투맨 식으로 철저하게 지도해 준다는 공부방 형태의 그룹지도가 사교육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강의 내용과 학생 관리는 다수를 상대로 하는 강의와 별 차이가 없으면서 수강료만 비싼 곳이 적잖다. 강의의 질적인 차이는 없으면서 단순히 수지 타산을 맞추기 위해 그룹지도와 개인지도 반을 만들어 고가의 수강료를 받는 곳도 상당수다. 학생과 학부모는 그 차이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학원 종사자들 자신도 고가의 개인지도가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정상적인 수강료를 받으면서도 알찬 강의를 하는 학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지도로 피해를 입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예상외로 많다. 개인지도는 고액 과외가 많기 때문에 피해를 입고도 공개적으로 하소연하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브로커를 동원해 허위 과대 선전을 하는 사람들을 주의해야 하며 지역의 유명 인사 자녀나 여러 학교의 우수 학생을 들먹이며 자기가 지도했다고 과시하는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적중률이 높다거나 자신이 족집게라고 하는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개인 과외는 자칫하면 학생과 선생이 같이 나태해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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