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방과 후 학교-각급학교 사례와 과제

방과후학교의 미래를 내다보는 '2006 방과후학교 페스티벌'이 6만여 명의 관람객이 참가한 가운데 대전 무역전시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정부가 지난 1년간 추진한 방과후학교의 성과를 돌아보는 동시에 전국의 16개 시·도교육청 관계자와 교사들이 모여 해결 과제를 고민하는 장이었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대구와 경북은 타 지역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관심을 모았다.

▶대구·경북 어떤 프로그램 선보였나

교육부 시범학교인 대구 동원중학교는 대학생 보조교사제(멘토링)를 운영, 방과후학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강사진 고용과 운영에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원중은 올 초 경북대 사범대와 협약을 체결, 대학생들을 보조교사로 채용해 학생들과 소그룹 형태의 멘토링을 구성했다. 또 수업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과 현직 교사들을 배우고 가르치는 멘토링 관계로 묶는 '다단계 멘토링' 방식으로 수업의 내실을 이뤘다.

안창섭 대구시 교육청 장학사는 "대학생을 방과후학교 수업에 활용하는 것은 이미 타 시·도에서도 대세로 굳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여고의 '귀향 멘토링'도 주목 받았다. 여름방학을 이용해 고향에 온 모교 출신 대학생 12명으로 강사진을 구성해 1, 2학년 60명에게 영어와 수학을 지도한 것. 2학기에는 한동대와 포항공대의 협조를 얻어 대학생 15명이 영어, 수학 수업을 진행, 무료로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김두명 교사는 "도 교육청과 교육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무료 수업 진행이 가능했다."면서 "학생들은 능력이 검증된 우수 대학생들로부터 배울 수 있고 교사들도 보충수업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했다.

대구 강동초교는 저학년 중심의 보육 프로그램과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운영, 지난해 절반에 머물던 방과후학교 참여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 월 3만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1, 2학년 20명의 학생들을 오후 6시까지 교내에서 돌봐주는 보육 프로그램은 맞벌이 부부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경북 다인초교는 '방과후 사랑의 고리맺기'로 방과후학교의 복지를 잘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인초교는 결손가정·저소득층 자녀,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 학생이 전교생의 20%나 되는 대표적인 농촌 학교. 이예걸 교사는 "교사·학부모 22명이 33명의 아동과 대리부모 역할을 맡아 학습지도와 일기쓰기, 체험학습 동행, 생일 챙겨주기를 함으로써 소외계층 학생들이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 도원고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맞춤형 수업에 방과후학교의 운영 초점을 맞췄다. 교내 설문조사 결과 논술수업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자 '통합논술반', '실력논술반', '창의논술반', '구술면접교실' 등에다 과학·사회·수리·국사 등 다양한 수준과 영역별 논술반을 조직한 것. 석귀화 교사는 "흥미로운 점은 수업이 분기별로 진행될수록 외부강사보다 학교 교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도원고는 31개로 강좌로 시작했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수업은 과감히 정리, 강좌 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논술 프로그램에 집중했다.

▶방과후학교의 과제는

전영희 대구 강동초교 교사는 "방과후학교의 성패는 '역시 학교 교육은 도움이 되지 않더라'는 불신을 얼마나 씻어내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학교가 교육의 중심이 되고 나아가 교육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려면 방과후학교의 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관계자 대부분이 해법으로 방과후학교의 '광역화'와 '외부 자원활용'을 제시했다.

대구시 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온라인 지원시스템'은 대표적인 해법으로 손꼽힌다. 이 시스템에서는 대구 각 초·중·고교의 방과후학교를 통합관리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인근 학교 수업까지 시간과 취향에 맞춰 편하게 골라 수강할 수 있다. 방과후학교 단위를 인근 학교, 지역으로 광역화함으로써 학생들의 선택권을 넓히자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로서도 수강 인원이 적어 개강에 부담이 되는 과목들은 통합해서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다.

지역의 인력이나 물적 자원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숙제다. 김은주 동원중 교사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활용하는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학점 인정이나 교육비 지급 등 인센티브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수 경북도 교육청 장학관은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가 많은 경북의 경우 폐교에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공단이나 기업 등 산업체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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