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中企 '피닉스 세라믹스' 세계 최초 개발

간장이나 된장, 김치 등의 발효에는 반드시'숨 쉬는 그릇'을 써야만 제맛이 난다.

그러나 뚝배기, 전골냄비, 고기 구이판 등 내열도자기들은 숨을 쉬지 않는 것이 좋다. 세제나 유기물들이 조직(크랙·crack)사이에 흡수됐다가 새 음식물을 조리할 때 새어 나오거나 부패하는 등 위생에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 세재로 씻은 뚝배기를 음식물 없이 가열하면 세재가 부글부글 새어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숨 쉬지 않는 내열자기'는 세계적인 식기 및 주방용품 회사들이 풀지 못한 숙원이었다. 그러나 지역 중소업체인 피닉스세라믹스(대표 박창림·청도군 풍각면)가 '숨 쉬지 않는 내열자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 세계 시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숨 쉬지 않는 도자기

기존 내열제품은 조리할 때나 세척시 열팽창과 수축의 반복으로 균열이 생겨 세척제와 오수 등을 흡수한다. 이를 가열하면 조직이 팽창하면서 흡수됐던 오염물이 새어 나와 건강을 해친다. 물론 얼마든지 조직이 팽창하지 않게 만들 수도 있지만 높은 열에서 깨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뚝배기가 두껍고 조직이 성근 것도 이 때문.

피닉스세라믹스는 균열을 차단하면 오염물 흡수도 없다는 데 착안, 무균열 내열도자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무균열 내열도자기는 엽장석을 주재료로, 혼합물이 열전도되어도 팽창하지 않게 해 내부 흡수율을 '0'상태로 만들었다. 한마디로 무균열, 불팽창의 소재를 개발한 것.

또 기존 내열도자기가 열에 잘 견디도록 도자기를 두껍게 만들고 디자인도 짙은 색이지만 피닉스세라믹스는 두께를 줄여 경량화하고 도자기 특유의 백색을 띠는 제품을 만들었다.

대부분의 내열도자기가 검은색이나 갈색 등 짙은 색 계통으로, 사용하다 보면 탈·변색되지만 피닉스세라믹스 제품은 변색되지 않고 갖가지 디자인 문양을 입힐 수 있도록 백색계통으로 개발했다. 두께도 기존 제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박창림 대표는 "1800년대 이후 내열도자기는 소재개발 없이 디자인 경쟁만 해왔다."며"무균열 도자기는 상식을 깨는 제품이다."고 설명했다.

◆장인정신의 개가

"생니가 두 개나 빠질 정도로 고생했어요."

세계최초로 비흡수 무균열 내열도자기를 개발하기까지 박 대표는 숱한 고생을 했다. 요업학과를 나온 박 대표는 도자기 제조 및 유통회사에서 근무하다 대학연구소나 세계적인 식기 명품회사들도 하지 못한 무균열 내열도자기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2001년부터 개발에 들어갔다. 밀양, 봉화, 경산 등 가마가 있는 곳을 옮겨다니며 실험에 실험을 거듭했다. 때로는 실험을 위해 사실상 '위장취업'까지 했다. 가산도 탕진할 지경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았다.

"오기와 근성으로 버텼습니다. 지인, 친척 등의 도움을 받아가며 6억 원을 쏟아 붓고 4년을 버텼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었다. 박 대표는 수만 개의 생산품을 깨트리고 수천 번의 반복실험 끝에 지난해 초 무균열 제품 개발에 성공, 특허등록을 했다.

◆시장전망은

피닉스세라믹스의 무균열 내열도자기는 현재 유명 홈쇼핑에만 공급하고 있고 올해 매출은 40여억 원에 이를 전망.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대형시장에서도 공급요청이 쇄도하지만 현재 설비로는 물량을 댈 수가 없다.

이 회사 제품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일본 홈쇼핑 대행업체인 선쇼지(Sun Shoji) 상사와 세계적 도자기 명가인 영국 로열 워스터사가 수입을 요청, 현재 수출계약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생활도자기 1, 2위 업체가 주문자 상표부착 방식으로 납품을 희망했지만 박 대표는 자체 브랜드로 승부를 걸 계획이다.

피닉스세라믹스의 가능성은 앞으로가 더 장밋빛이다. 필름을 세라믹에 붙여 '고온면상발열체'를 만들면 전자조리기기 등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어서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제2공장과 제3공장 증축을 진행 중이다.

박창림 대표는 "내년부터 영업을 본격화할 수 있을 것 같다. 무균열·비흡수 내열도자기는 경쟁자가 없어 수출에 주력해도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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