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황소를 몰고 들어오네

얘야, 이번 주에도 또 왕비 간택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옛날 어느 나라에서 왕비를 뽑기 위해 처녀들을 불러모았단다.

많은 처녀들이 몰려왔지.

여러 가지 시험 끝에 마지막으로 세 처녀가 남았대.

임금이 처녀들에게 찹쌀을 한 말씩 나누어주며 말했단다.

"이 찹쌀로 한 달 동안 지내고 오시오. 이 찹쌀 말고 다른 것은 절대 먹어서는 아니 되오. 만약 거짓이 드러나면 왕비로서 자격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크게 벌을 받을 것이오."

"네."

세 처녀는 찹쌀을 한 말씩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지.

'이걸로 어떻게 한 달을 버티어낸담?'

첫 번째 처녀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찹쌀 한 말을 삼십 봉지로 나누었단다.

'하루 한 봉지로 배겨내어야 한다.'

첫 번째 처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는 하루 한 봉지씩 밥을 하여 쌀알 한 알 남기지 않고 깨끗이 먹었대.

'한 톨이라도 아껴서 그릇을 깨끗이 비워야 왕비로서 자격이 있지.'

두 번째 처녀도 쌀을 삼십등분 하였대. 그런데 두 번째 처녀는 밥을 하지 않고 죽을 쑤었대. 물을 많이 부어서……. 그래야 물배라도 부를 것 같아서였지.

'물을 많이 부었으니 배가 고프진 않겠지.'

하지만 두 번째 처녀도 몹시 배가 고팠대.

그런데 세 번째 처녀는 좀 엉뚱한 데가 있었어.

집에 오자마자 찹쌀을 한 되나 퍼내어 밥을 지었어. 그리고는 배가 부르도록 먹었어.

"아니, 그러다가는 열흘도 못 가서 바닥이 나겠다."

옆에서 걱정을 하였으나 세 번째 처녀는 웃으면서 말했대.

"배가 고픈데 무슨 일을 할 수가 있겠어요."

그러면서 남은 쌀을 모두 물에 담가버리더래.

"아니 아니!"

모두 놀랐으나 세 번째 처녀는 태연히 물에 담근 쌀로 찰떡을 만들었대. 그러더니 시장으로 들고 나가는 거야. 그 찰떡을 다 팔아가지고는 다시 찹쌀을 사고……. 그러자 찹쌀은 금방 두 말이 되었지. 이번에는 두 말로 또 떡을 하더니 시장에 나가 팔고는 그 돈으로 또 찹쌀을 샀지. 이번에는 너 말이나 되었어.

비가 와서 찰떡이 잘 팔리지 않는 날은 찹쌀 살 돈을 조금만 벌고는 남은 떡을 마을의 할아버지 할머니께 가져다 드리기도 하였고……. 그러니 마을의 노인들이 모두 칭찬하였지.

이윽고 한 달이 지났어. 쌀 한 말로 한 달을 지낸 앞의 두 처녀는 기운이 다 빠져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어. 다른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궁궐로 들어왔지.

그런데 세 번째 처녀는 큰 황소에다 그동안 떡 장사를 해서 벌어들인 쌀을 가득 싣고 씩씩하게 들어왔지.

얘야, 누가 왕비로 뽑혔을 것 같니?

용기와 지혜 그리고 남에게 도움을 주는 행동이 필요하구나.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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