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구세군의 자선냄비가 등장을 하고 성탄절을 알리는 트리들이 거리 곳곳을 밝히고 있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만 되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선물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부모가 산타로 변신해 25일 새벽에 아이가 잠든 틈에 선물을 놓아두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 선물 포장지를 뜯으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는 누구나 다 선물을 받기 좋아한다. 그러나 올 크리스마스는 우리 모두에게 좀 쓸쓸한 것 같다. 부동산가격의 폭등과 또다시 경제 위기가 온다는 소문으로 마음이 위축되고 있다. 미국의 소설가 오 헨리의 작품 '크리스마스 선물'이 생각난다.
한 도시에 가난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부부 짐과 델라가 살았다. 성탄절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걱정이 됐다. 선물은 하고 싶은데 너무 가난했기 때문. 그러나 남편은 아내의 긴 머리에 꽂을 머리핀을 사기로 마음먹고 줄이 없는 황금시계를 팔기로 결정한다.
반면 아내는 남편에게 시계 줄을 선물하기로 하고 자신의 긴 머리를 자른다. 이 돈으로 시장에 나가 선물을 구입한다. 짐과 델라는 서로를 기쁘게 할 마음으로 거의 같은 시간 집에 도착했다. 짐은 머리핀을 들고 아내의 머리에 꽂아 주려고 했으나 아내의 머리는 이미 짧게 깎여 있었다. 델라 역시 시계 줄을 들고 있었으나 남편에겐 이미 그 시계가 없었다.
준비된 선물은 쓸모없게 됐지만 둘은 곧 부둥켜안고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사랑은 추위를 녹인다. 유명한 사회학자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현대인을 가리켜 '시장형 인간'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철저히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경제의 원리처럼 오늘날 현대인 또한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행동한다고 했다.
이익이 된다 싶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손해가 난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손을 털고 발을 빼버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헌신이니, 자기희생이니 라는 말은 결코 자리 잡을 수가 없다. 나 하나만 잘되고, 성공하고, 출세하고, 이름을 날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은 조금도 기울이지 않는다. 극도의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판을 치기 때문에 점점 더 냉혹해지고 무감각해지고 무정해지는 것이다.
설거지를 하려면 일단 물속에 손을 넣어야 하고, 수영을 하려면 몸을 물 위에 던져야 한다. 무슨 일을 하려면 헌신과 희생이 뒤따라야 한다. 머리카락을 자르고 시계를 파는 선물이 생각나는 시간이다.
박세환 대구열린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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