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여권의 대선 주자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여론 지지도를 만회, 내년 대선에 승부를 걸려면 당내 주자들보다는 그가 유력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들이 적잖게 들리고 있는 것.
정 전 총장도 20일 "정치를 안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등 정치권과 선을 그었던 종전입장에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은 내게 너무 벅차 보인다."고 말하는 등 입장이 완전히 정리된 것은 아닌 것으로 비쳐졌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차기 대선에서 평화개혁세력이 승리하려면 정 전 총장과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자주 언급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 역시 이날 당 행사에 참석, 중도개혁 정당을 만들어 정 전 총장을 후보경선에 참여시켜야 함을 역설했다. 중도개혁 정당은 민주당까지 포함된 여권의 정계개편을 전제로 한 것이다.
여권의 관심이 정 전 총장에게 쏠리는 데는 무엇보다 충청권 출신(충남 공주)이란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도 지역구도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여권의 전통적 텃밭인 호남권에다 충청권의 표까지 끌어모은다면 승산이 있다는 분석을 토대로 한 것.
호남출신 후보만로는 한나라당의 영남권 후보와 맞설 경우 필패라는 위기감도 깔려 있다. 결국 호남과 충청이 합쳤던 97년 대선 당시 'DJP(김대중 전 대통령+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연합'의 아류 격으로 후보만 호남에서 충청 출신으로 바뀌게 되는 셈이다.
정 전 총장은 또 경제문제가 대선의 최대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학자라는 게 강점으로 꼽힐 수 있다. 서울대 총장 재직때 지역균형선발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측면들 때문에 여권이 정계개편을 통해 갈라서더라도 선거 막바지 후보단일화를 통해 그를 범여권 후보로 띄울 가능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서봉대기자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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