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사휘발유 단속 "떴다! 유파라치"

불황의 주유소업계 직접 단속반 구성

"유사휘발유 판매 업소, 꼼짝 마."

한국석유품질관리원이나 경찰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 시내 주유소들이 자체적으로 유사석유제품을 판매하는 업소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들은 석유품질관리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신고포상금제와는 별도로 이른바 '유파라치(유사석유제품 단속원)'를 자체적으로 고용하거나 위원회를 구성해 유사석유제품 판매업소를 적발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한국주유소협회 대구시지회는 현재 31명으로 '유사석유제품 근절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통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가 활동 시간. 3명이 1개조를 구성, 불법 판매 행위 증거 수집에 나선다.

위원으로 활동 중인 최모(50)씨는 "한 지역을 정해 '신나 판매'라는 간판이 있는 곳을 감시하다보면 자동차가 들락날락거린다."고 말했다. 그 때를 기다렸다 주유 장면을 찍거나 업소명과 연락처 등 위반 사항을 기록한다는 것. 위원들은 이런 증거자료를 모아 관계기관이나 경찰에 고발하고 있다. 최씨는 "많이 적발할 때는 하루에 10군데가 넘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엔 이들 유사석유제품 판매업자들이 워낙 현장 노출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적잖다고 토로했다.

주유소협회는 이에 앞서 지난 3월엔 이른바 유파라치 2명을 직접 고용해 유사석유제품 판매업소 230여 곳을 적발하기도 했다. 도명화 주유소협 대구시지회 사무국장은 "운영자금난으로 잠시 단속원 고용을 접었지만 내년 초 특별회비 등을 마련해 다시금 유파라치를 고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석유품질관리원 대구.경북지사에 따르면 12월4일 현재 단속된 대구 지역 유사석유제품 판매소는 308곳에 이르고 있고 이 가운데 1/3 정도는 주유소협회 고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 협회측 설명이다.

이렇게 주유소 업계에서 유사석유제품 판매소에 대한 단속에 직접 발 벗고 나선 것은 최근의 극심한 불황 때문. 가뜩이나 고유가와 불경기 여파로 유류 소비가 감소하는데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유사석유제품 판매 업소가 고객을 급격히 빼앗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협회 대구시지부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대구지역 주유소는 모두 427곳으로 지난해에 비해 3군데가 줄었고 판매량도 올 10월까지 443만8천414드럼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1만1천210드럼)보다 4% 가량 떨어졌다.

도 사무국장은 "고유가로 인한 자연 감소는 어쩔 수 없지만 유사석유 판매업소로 인한 피해는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 적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