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화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삼고 있다. 100킬로그램을 상회하던 못생기고 뚱뚱한 여자가 전신 성형수술을 거쳐 미인으로 거듭났다는 상상력은 실은 영화적이라기 보다 만화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만화적 상상력이 영화로 재현하게 되었으니 그 각색에는 특수효과의 발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70센티미터의 키에 50킬로그램을 지닌 날씬한 여배우 김아중이 특수효과 덕분에 거구로 변신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간단한 줄거리에 암시되어 있듯 '미녀는 괴로워'는 변신모티프에 의존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왕따였고, 재능이 있으되 외모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던 가수 강한나는 전신성형수술을 통해 드디어 수면 위에 떠오른 스타가 된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외모의 한계가 곧 사회적 인정의 방해물이 되는 현세태를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 외모가 "여성"을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으로 제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변신모티프를 추적해보면 '미녀는 괴로워'는 '스파이더맨'과 상통하는 바가 있다. 그리고 이 두 작품에는 성별에 따라 '변신'이라는 영화적 상상력이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는지도 잘 보여준다. '스파이더맨'의 주인공은 나약하고 인기없는, 즉 무능력한 남자로 그려진다. 소심하고 무능했던 그는 능력을 얻어 사회적 수퍼맨으로 활약한다. 반면 '미녀는 괴로워'의 여자는 재능있고 순수하지만 단지 외모 때문에 사회적 구성물을 결격한 자로 취급된다. 변신의 이유가 어떤 점에서 통속적 시선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성형열풍에 한 술 더뜬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는 줄거리 속에서 감독이 선택한 지점은 색다른 역지사지이다. 못생겨서 성형수술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사람, 성형을 통해서라도 자신감을 얻고 싶은 사람들의 심정에 관객의 이해와 동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감독의 의도는 성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너무도 순수한 영혼과 재능을 지녔던 강한나가 드디어 성형수술을 통해 미녀로 거듭나는 순간은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액자에 끼워놓고 보면 안성맞춤일 듯 아름다운 눈망울과 외모를 뽐내는 김아중은 보는 내내 만족감을 준다. 신인 여배우가 혼자 끌고 갈 수 있을까라는 개봉 전의 우려가 불식되고 신인 김아중이 배우 김아중으로 자리잡는 순간이기도 하다. 주진모, 이한위, 성동일과 같은 주, 조연들의 연기 역시 볼만하다. '미녀는 괴로워'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중 하나는 음악이다. 코미디라는 장르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음악적 완성도가 러브 홀릭의 멤버 이재학의 손에서 태어난 셈이다.
한 때 한국 코미디 영화가 슬랩스틱과 저질스러운 화장실 유머에 잠식되어버렸다는 비판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한 때는 바로 지금에 가깝다. 이런 상항 속에서 김용화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는 상황과 대사에서 비롯된 깔끔한 웃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국 코미디의 발전이라 말해도 무방하다. 촬영, 음악, 조명 세세한 곳까지 신경쓴 웰메이드 코미디 영화는 너무도 오랜만이라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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