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생태학 박사)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식물사회학 박사)
조영호 자연생태 연구소 소장(식물학 박사)
오대열 대구공업대 겸임교수(지질학 박사)
이용호 동부고 교사(어류학 박사)
정제영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총무이사
사회: 박병선 기획탐사팀장 lala@msnet.co.kr
정리: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사회: 이번 시리즈는 1996년에 이어 10년만에 낙동강 생태계를 다시 점검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지난 6개월간 시리즈를 함께 진행하면서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류승원 회장: 10년전과 오늘의 낙동강을 비교하면 상류쪽에는 폐광, 수변경작, 임하댐 탁수(濁水) 등 하천과 숲이 많이 파괴됐다. 중류쪽에는 골재 채취가 마구 남발되고 있고 하류쪽에는 부산 을숙도를 가로질러 명지대교가 만들어지고 철새 도래지마저 사라질 위기 상황이다. 생태계 보전과는 거꾸로 가고 있는 현실이다.
정제영 총무: 10년전만 해도 지자체 선거에서 생태 관련 공약을 내세우지 않면 안될 정도였다. 그간 도로를 닦아 접근성만 좋게 했을뿐, 생태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쓰지도 않았다. 생태보전 지역은 갈수록 파괴되고 관심있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다. 환경, 생태라는 용어는 대중화됐지만 실제 환경은 더욱 열악해졌다. 안타깝다.
■정부 정책 따로 따로
김종원 교수: 정부 정책이 문제다. 하천유역 관리는 환경부, 건설교통부, 농림수산부 등 여러 부서가 나눠 맡고 있는데 관심은 하천내에만 집중돼 있다. 유역과 하도(河道·물길)가 모두 관련돼 있는데도 부서에 따라 정책이 이원화돼 있다. 일관성있는 정책시행이 시급하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생태계 파괴가 불보듯 뻔하다.
류승원 회장: 낙동강은 수량, 수질, 생태 등을 통합관리해야 하는데 환경부와 건설교통부가 따로 움직이고 있다. 환경부는 낙동강 특별법에 따라 관리하지만 건교부는 제방쌓기, 하천정비, 댐 공사 같은 돈 문제에만 신경쓴다. 골재 채취, 상류 경작지, 비점오염원 같은 생태계 파괴문제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다. 특히 건교부가 추진중인 새 하천법에 따르면 국가하천이 크게 늘어나게 되는데 하천관리를 지방 자율에 맡기는게 아니라 국가에서 독점 관리하겠다는 발상이다. 자연하천을 조경화, 공원화 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조영호 박사: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낙동강에 대해 소수의 사람만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다. 시민과 학생들이 계속 보고 느낄수 있는 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
이용호 박사: 생태계를 살리려면 시민들의 환경의식을 높이는게 가장 중요하다. 시민들이 하천, 강 같은 기본 개념조차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요즘 언론도 생태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는데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오대열 박사: 지질학 전공자가 볼때 임하댐의 탁수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셰일(shale·미세한 퇴적암 입자)층이 많은 대규모 퇴적암 지대에 댐을 만들어놓고 감당도 못하는 걸 보면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책임자 선정 등 주도권 싸움만 벌이고 있다. 폐광산 처리도 큰 문제다. 정부의 광해(鑛害)방지사업은 전시행정의 전형이다. 시뻘건 물이 강으로 마구 흘러 드는데도 대책이 없다. 폐광 구조물을 유지 보수하는게 중요한데 제대로 한 곳이 없다.
조영호 박사: 정부가 임하댐 탁수 문제를 해결한다며 댐 주위에 사방댐을 건설하는 것은 거의 코미디 수준이다. 사방댐은 모래나 자갈이 떠내려오는 것을 막는 것인데 어떻게 현미경에서나 보이는 셰일 입자를 막는다는 말인지... 공무원들에게 물어보니 내려오는 예산이니까 그냥 쓴다고 하더라.
■낙동강 대운하는 큰 재앙?
사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낙동강 대운하 프로젝트가 여전히 관심거리다. 모두 먹고 살기 힘든 탓인지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데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나?
김종원 교수: 낙동강 대운하는 우리 실정에 전혀 맞지 않다. 이 전시장이 도나우강과 라인강 운하를 예로 들고 있지만 알프스 산맥에 가보면 안다. 우뚝 솟은 알프스 주위에 수많은 호수가 있고 물이 꽐꽐 쏟아져 나와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에 비해 낙동강은 도랑 규모다. 기술적으론 공사가 가능하겠지만 천문학적인 유지비가 든다. 물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하고 들쑥날쑥하는 수량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낙동강은 생태계의 큰 틀인데 하천의 맥도널드화(획일화)를 하는 것은 죄악이다.
류승원 회장: 바지선이 통과하려면 수많은 갑문(閘門)이 있어야 하고 좌우에 콘크리트 벽을 쌓아야 한다. 강 좌우를 단절하고 하류와 상류를 토막낼 것이다. 생태계 측면에서는 재앙이다.
오대열 박사: 국가경영은 제대로 된 지리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남한강과 낙동강의 독립적인 수계를 연결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 됐다. 낙동강을 일자리 창출 같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안된다. 자연의 순리를 거슬리려 해선 혼란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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