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선아!
오랜만이구나. 네가 유학가는 엄마를 따라 영국에 가는 바람에 한동안 이 편지를 쓰지 못했구나. 이것이 낙동강의 마지막 기사란다. 처음 낙동강을 시작할 때 그랬던 것 처럼 너에게 편지를 쓰고 기사를 끝내고 싶구나.
얼마전 아빠가 네게 보낸 메일에 '영국의 강은 어떻니?'하고 물었지. 아빠는 당연히 영국이 한국보다 자연을 더 잘 보살피니까 깨끗할거라고 생각했지. 근데 네 답변이 "아빠! 여기에는 언덕만 있고 강은 없어(엥! 아빠는 쬐끔 실망)."라고 했지. 네가 쓴 글을 신문에 실어보려고 한 아빠 욕심이 잘못된 것 같구나^^.
지금 아빠는 무척 춥단다. 강둑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네가 봤다면 '아빠! 추운데 거기서 뭐해?'라고 했겠지. 아빠는 "그냥!"이라고 답하겠지. 말로 하긴 어렵지만 그냥 좋은거 있잖아. 가슴이 확 트여지는 그런 느낌 말이다.
하늘을 나는 철새떼, 고요한 눈덮인 강변, 바람에 흔들리는 누런 억새밭... 멋지지 않니. 작은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사람은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단다. 자연을 관찰할 때는 언제나 그렇단다. 춥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제대로 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이런 기분을 맛볼 수 있겠니.
우리는 자연의 소리에 귀를 열고 살아가야 하는 존재란다. 자연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말이다. 자연과 사람은 원래부터 한 몸이기 때문이지. 서로 떠나서는 살 수 없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않고 있지. 아빠가 낙동강을 여러번 둘러보면서 느낀건데 부서지고 망가진 것이 너무 많단다. 10년전에 있던 것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구나. 수백, 수천년을 살아온 나무, 숲, 바위, 언덕이 하나둘씩 없어져 아빠는 무척 슬프더라.
내년에 네가 돌아오면 자연에 관심을 갖고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우리가 이제부터 영국보다 훨씬 나은 자연환경을 만들면 되지 않겠니. 아마 꼭 그렇게 될거야. 아빠 말, 괜찮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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