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쇠파이프 살 돈으로 사무실비 내라"…외면당한 민노총 폭력시위

경북도의회가 민주노총 경북지부 사무실 임차료 지원예산 2억 원 전액을 삭감한 것은 지자체가 노동계의 무리한 요구를 과감히 거부하도록 지방의회가 예산안 처리라는 '고유권한'을 행사한, 지자체에 향후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전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는 지난 11월 민주노총으로부터 사무실 임차료 및 집기구입비 5억 1천만 원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를 받고 2억 원을 올해 처음으로 추경예산에 올렸다. 그 명분은 '산업평화'다. 올들어 불법·폭력시위를 주도해온 단체에 도민의 혈세를 지원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민주노총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이란 노동권력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면 임차료 지원이라는 당근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경북도의 이같은 자세는 여론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산하에 많은 대형사업장을 두고 있어 재정여건이 좋은데다 각종 불법·폭력 시위를 주도해 도민에게 피해만 입힌 단체에 왜 도민의 혈세를 지원하는냐는 것이다.

일부 지역민들은 "각목이나 쇠파이프, 깃발 등 시위용품을 구입할 돈은 있는데 임차료는 없다는 말이냐."며 "경북도는 그럴 돈이 있으면 결식아동이나 홀몸 노인에 대한 지원을 더 늘려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여론이 이렇게 부정적으로 돌아가자 도의회의 분위기도 바뀌기 시작했다. 소관 상임위인 통상문화위원회는 찬반이 엇갈려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경북도가 요구한 대로 예결위로 최종 결정권을 넘기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예결위에서도 원안대로 통과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으나 예결위는 이러한 관측을 뒤집어버렸다.

예결위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데는 열린우리당 손덕임(사진 위·비례) 도의원과 김총천(사진 아래·영주) 도의원(영주)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경북도 및 의회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손 도의원은 심의 초반부터 "예산이 없다는 경북도가 이런 데 왜 돈을 쓰느냐."며 집행부를 몰아부쳤고 중립적인 자세를 보인 의원들의 설득에 나서면서 분위기를 몰아갔다.

김 도의원 역시 "도민에게 피해를 입힌 단체에 대한 지원금은 회수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할 때까지 임차료 지원은 유보해야 한다."며 근거없는 임차료 지원에 제동을 걸었다.

도의회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북도는 한국노총에 대한 예산지원을 포함, 노동단체에 대한 지원행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산업평화'라는 추상적인 이유를 내세워 노동단체의 비위를 맞추는 퇴행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정경훈기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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