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래 성폭력 위험수위

"아동이, 아동을…" 전체 피해상담 사례 10% 차지

맞벌이 부부인 이모(35·여) 씨는 다섯 살 난 딸아이의 말을 듣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또래 사내아이가 여러 차례에 걸쳐 어린이집 차량 안에서 딸 아이에게 심한 성적(性的) 장난을 쳤다는 것. 이 씨는 "어린이집에 항의했더니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며 오히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며 "결국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겼지만 계속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적 장난'이 성인들의 성추행에 가까운 '폭력'으로 치닫는 경우가 적잖아 우려를 낳고 있다. 아동 성폭력 전담기관인 영남 해바라기아동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현재 상담·접수된 아동 성폭력 사례 111건 가운데 10건이 만 13세 미만의 또래 사이에서 벌어진 성폭력으로 나타났다. 또 피해 사례 183건 중에는 미취학 아동이 40%를 차지, 실제 피해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또래 성폭력이 많은 이유는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데다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들이 쉽게 음란물을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는 것. 더 심각한 문제는 성추행을 당한 아이들의 경우 실제 어른에게 성폭력을 당한 것과 비슷한 피해를 호소한다는 것이다.

아동센터에 따르면 또래 아이들에게 성적 장난을 당할 경우에도 인형 등으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어른들의 성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기울이고 또 갑자기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등 퇴행 행동이나 옷을 벗기려 하면 격렬하게 반항하고 극도의 불안 증세를 보인다는 것. 이현정 아동센터 사회복지사는 "성인에 의한 아동 성폭력은 법적 조치라도 취할 수 있지만 어린이들 사이에서 벌어질 경우 처벌이 어렵고 양측 모두에게 상처를 줄 수 있어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성훈 경북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보육교사들의 세심한 주의와 함께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자연스레 성에 대해 인식할 수 있도록 조기 교육을 실시하고, 좋고 싫음을 분명하게 주장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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