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렵 인구는 줄잡아 6만 5천여 명. 이제 수렵은 여가활동이나 스포츠가 된 지 오래다. 수렵은 또 농촌지역에서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줄이거나 먹이사슬의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데도 필요하다. 그러나 수렵을 생태계 파괴 행위로 보는 사람도 많은 편. 무분별한 밀렵 때문이다.
◆수렵, 지킬 건 지킨다
겨울 사냥 시즌이 다가오면 한 달에 두세 번은 수렵장을 찾는다는 김일환(67·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씨의 사냥론은 특별하다.
"두 번 쏘고도 날아가는 꿩이 떨어지지 않으면 총을 내립니다. 왜냐고요? 내가 진 것이기 때문이지요."
날짐승을 사냥할 때 여러 발을 쏘지 않는 것은 수렵인이 지켜야 할 수칙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몇 마리를 잡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잡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김 씨가 가지고 있는 총 역시 5연발짜리가 아닌 수평 쌍대(2연발). 여러 발을 쏘지 않기 위해서다. 한 발은 날짐승을 하늘로 솟아오르게 하려는 목적으로, 나머지 한 발은 짐승을 떨어뜨리기 위해 발사한다는 게 쌍대 엽총을 사용하는 이유라고 김 씨는 설명했다.
그는 사냥에도 단계가 있다고 했다. 오로지 "늘 몇 마리 잡았나?" 집착하는 입문단계와 사냥하는 과정에서 사냥개와의 파트너십과 호흡을 중시하는 중급단계, 그리고 자연을 벗삼아 사냥을 즐기는 고급단계 등 3단계가 바로 그것. 대자연을 벗삼아 편한 마음으로 즐기는 단계야말로 최고 경지라는 것이 그의 사냥론이다. 그러면서 "20년이 지난 지금에야 3단계에 가까이 가고 있다."며 빙긋이 웃었다.
수렵과 함께 밀렵감시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 이동욱(59·안동시 태화동) 씨는 "수렵은 짐승을 죽이는 것이기 때문에 수렵을 할수록 생명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며 사냥꾼은 최고의 자연주의자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 씨는 "수렵은 잔인하다."는 세간의 주장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합법적으로 짐승을 잡는다는 점에서 낚시와 같은 취미활동"이라며 "수렵이 비난받는 이유는 불법 포획과 총기 안전사고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밀렵을 하는 사람들은 올무 등으로 보호대상인 야생동물들뿐만 아니라 새끼를 밴 동물들까지 남획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씨는 올바른 수렵을 위한 나름의 수칙도 제시했다. '포획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총기 안전수칙을 지킨다. 수렵인은 사냥터에 온 손님이라는 것을 잊지 말고 수렵장 인근 주민에게 예의를 지킨다. 총구는 항상 하늘을 향하게 한다. 총을 갖고 있을 때에는 술을 멀리하고 어떤 시비에도 휘말리지 않는다.'는 등이다.
사냥 애찬론자로서 올바른 사냥문화를 선도하고 싶다는 이 씨는 "정부 차원에서도 사냥에 대한 비현실적인 규제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수렵장 설립 규제를 완화해 전국 유휴지에 수렵장을 차리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밀렵, 수렵과는 다른 범죄
수렵은 스포츠나 여가활동 외에도 자연 속에서 다양한 야생동물이 적절한 밀도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서식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한다. 동물들 중에서는 인간에게 유익한 동물이 있는 반면 인간생활에 피해를 주는 동물도 있다. 특히 먹이사슬의 최상층 동물이 멸종됨에 따라 천적이 없어진 멧돼지와 고라니, 꿩 등의 개체수가 해마다 증가, 서식 밀도가 높아져 먹이부족 현상이 일어나면서 농작물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 동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밀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해야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안이 수렵이란 것.
반면 생태계의 균형 유지와 야생의 건강성 회복에 기여하는 수렵과 달리 밀렵은 자연을 상대로 한 절도 행위로써 고갈이나 멸종을 부추기는 무책임한 범죄행위이다. 밀렵의 최대 피해자는 수렵인. 밀렵꾼이 설치해놓은 올무에 사냥개, 심지어 사람이 걸리기도 하고 밀렵 밀거래가 성행하면서 건전한 수렵인까지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는 것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밀렵 행위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 야생동물 밀렵 및 밀거래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이와 함께 불법 포획한 야생동물을 먹는 사람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 수렵장 지정 경북 북부지역 수입 '짭짤'
경북 북부지역 8개 시·군(안동·영주시, 군위·의성·청송·영양·예천·봉화군)이 2006~2007년 수렵장으로 지정돼 사용료와 숙식 등의 수입이 급증,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성군의 경우 11월 말 현재 547㎢을 수렵장으로 지정한 뒤 1천583명에게 포획승인을 내주고 사용료로만 4억 3천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군위와 안동도 각각 1천44명과 960명의 엽사에게 포획승인를 내주고 2억 5천여만 원과 2억 5천300만 원의 수익을 챙겼다.
각 시·군 관계자는 "수렵의 특성상 수렵인들이 수렵장 주변에서 장기간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이들 수렵인들이 머물면서 지출하는 경비까지 추산할 경우 수렵장 개설에 따른 수입은 180억 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동·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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