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아이에게 선물 주시던 선생님

저는 크리스마스가 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아들이 네 살쯤 되었을 때 이웃에 선생님 내외가 이사를 오셨습니다. 그 댁에는 저의 아들과 나이가 똑 같은 남자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 분들께서는 이웃에 친구가 있어 좋다며 두 아이를 함께 놀게 하였습니다.

남편이 막일을 하며 어렵게 살림을 꾸려나가던 저희 집 형편이라 유치원을 보내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 분들은 자기 아이만 유치원에 다니는 것을 미안해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중학생이 될 때 다른 지방으로 전근 가시게 되어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거의 십 년 가까이 이웃에 살면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저의 아이 선물을 챙겨주셨습니다. 늘 산타할아버지라는 이름으로 그 분들의 아이와 저의 아이에게 똑같은 선물을 주시며 꿈을 키워 주셨던 그 분들이 크리스마스가 되면 늘 생각납니다.

이제 사회인이 된 저의 아들도 좀 늦었지만 대학에 가서 그 분들처럼 훌륭한 선생님이 되겠다고 학비를 모으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은공을 경제적으로는 보답하지 못하겠지만 어떤 방법으로나마 사회에 환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며 살고 싶습니다.

최선희(대구시 동구 방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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