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맘때가 되면 알싸한 아픔이 짜르르 밀려듭니다. 거리엔 찬란한 불빛이 온 밤을 휘젓고 다니고, 둥둥 띄워놓은 캐롤송의 들뜸은 어쩌면 나를 더 아프고, 힘들게 했는지 모릅니다. 십 오 년 전 꼭 이맘 때, 가려진 신생아실 커튼 사이로 난 눈물만 흘리고 서 있었습니다. 퉁퉁 부어오른 젖은 둘둘 만 수건을 젖게 하고, 한없이 흐르는 눈물은 스무 여섯 해를 살아온 나의 모든 것을 적셔 놓고 있었습니다. 두 달이나 세상에 일찍 나온 내 아이는 신생아실 인큐베이터 안에서 할딱할딱 가쁜 숨을 쉬며, 그 작은 머리에 주사 바늘까지 꽂고 세상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내 품에 안아 보고 싶었지만 행여나 잘 못 될까, 붓기가 가라앉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꽉 막힌 인큐베이터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그 해의 크리스마스는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하얀 겨울, 엄마의 눈물을 먹고 그 아이는 내 곁에 왔습니다. 그 해의 크리스마스는 내겐 가슴 저림이었습니다.
지금 그 아이는 고운 여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내 곁에서 정말 눈물나도록 환한 웃음을 웃으며 날 꼭 안아주는 화사한 여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거리엔 캐럴이 울려 나오고, 크리스마스 트리의 환한 불빛이 거리를 수놓고 있습니다. 꼭 그때처럼 말입니다.
권영희(대구시 수성구 신매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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